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육군 32보병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이곳 주요 시설인 VR(가상현실)사격장에 들어서자 예비군 20여명이 사격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발사대와 5m정도 떨어진 스크린에 표적이 뜨자 잇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소총은 K-2소총과 모양·무게 등이 같은 모형 총기이며, 실탄 대신 레이저가 발사됐다. 이 순간 총소리도 들렸다. 스크린에는 표적 거리가 표시됐다. 50m·70m·100m·150m·200m·250m 등 실탄 사격장에서 적용되는 거리였다.
각자 10여발의 사격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명중 숫자가 표시됐다. 이어 스크린에 VR시가전용 영상이 펼쳐졌다. 예비군들은 스크린에 나타난 적과 총격전을 벌였다. 적군 사상자 숫자가 나오고, 예비군이 적에게 총을 맞으면 사망으로 표시됐다. 예비군 최준서(24)씨는 “VR시설을 이용한 사격 훈련이 체계적이고 게임처럼 재미있다”며 “과거 지루하고 하품만 나오던 예비군 훈련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이 예비군 훈련에 변화를 몰고 왔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4.0’일환으로 2013년부터 전국 예비군훈련장을 과학화 시설로 바꾸고 있다. 현재 전국 28곳에 과학화예비군 훈련장이 생겼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4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종전 202곳에 달했던 예비군 훈련장은 현역 장병 훈련장 등으로 활용된다.
세종시 과학화예비군훈련장(세종훈련장)은 2023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 10월 16일 문을 열었다. 383억원을 들여 7만9200㎡ 규모로 만든 세종훈련장에서는 100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세종훈련장은 ICT를 기반으로 한 VR사격장과 실내 실탄 사격장, 시가지와 야외 전술 훈련 시설, 안보교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김동욱(중령) 예비군 훈련대장은 “새로운 시설을 갖춘 예비군 훈련장은 혹서기나 폭우 등 악천후에도 훈련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입소부터 퇴소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스마트 예비군훈련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예비군훈련장과 크게 달라진 시설은 VR 사격장 이외에 실내 사격장, 시가전 시설 등이 있다. 실내 사격장은 25m거리에 있는 표적을 향해 실탄을 쏜다. 총소리는 외부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야외 시가전 훈련장도 눈길을 끌었다. 34개 가건물을 갖춘 곳에서 예비군 20명이 10명씩 편을 나눠 시가전을 펼쳤다. 5~7분 동안 전투하며 한 팀당 총 100발을 쏠 수 있다. 곳곳에서 ‘탕탕탕’ 총소리가 요란했다. 소총에서 발사된 레이저를 예비군이 맞으면 전투복 조끼와 헬멧 등에 부착된 센서가 부상과 사망 여부를 감지한다. 전투 결과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전광판에 표시되며, 그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훈련장 측은 전체 훈련 성적이 상위 30%에 든 예비군들은 1시간 정도 일찍 귀가하는 혜택을 준다고 한다.
임상균 시가전 당당 교관은 “MZ세대에게 안성맞춤인 훈련시설”이라고 전했다. 시가전을 마친 예비군 김태연씨는 “종전 이론 중심의 따분한 예비군 훈련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대장은 “내년부터 시가전 훈련장에 드론도 배치해 훈련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시민에 무료 체험시설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