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새만금 개발의 더딘 속도와 사업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한 ‘희망 고문’ 발언을 두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제 논에 물 대기’ 식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자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갑론을박하는 모양새다. 전북도는 ‘속도’, 정의당은 ‘중단’, 여권 일부는 ‘전 정권 책임론’을 앞세운다.
15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새만금개발청 업무 보고에서 “30년 동안 전체 면적(37.6㎢)의 40%밖에 매립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20~30년을 애매모호하게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자 유치를 전제로 한 기존 개발 방식에 대해선 “들어올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북도민 기대치는 높은데, 현실적으로 재정만으로는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사안도 있다”며 “다 될 것처럼 말하는 건 희망 고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도민 기대 수준대로 새만금을 그대로 추진하기엔 여러 가지 무리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빠르게 확정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부 안팎에선 “새만금 정책 방향과 기본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대통령 발언을 ‘속도 부족’ 문제로 해석했다. “새만금이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어도 이랬을까,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34년 동안 삽질했지만, 아직도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새만금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라며 민간 투자 중심 구조를 사업 지연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선(先) 매립·선 기반시설 구축 ▶국비 지원 강화 ▶예비타당성조사 적용 완화·면제 ▶메가 샌드박스(규제 유예·면제 구역) 지정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정부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정의당 전북도당은 “누더기 기본계획과 실현 불가능한 민자 유치는 끝내야 한다”며 매립 중단과 해수 유통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새만금의 미래를 산업이 아닌 갯벌·생태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내년 전북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대통령 발언을 “비현실적 민자 의존을 끊고 실행 가능한 새만금으로 전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2021년 윤석열 정부 시절 폐기된 ‘글로벌 그린뉴딜 중심지’ 기본계획 복원을 촉구했다. 책임의 화살은 전임 정부와 현 도정으로 돌렸다.
일각에선 “새만금이 30년 넘게 표류한 책임은 역대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연 정부와 지자체는 새만금 완공에 진정성을 가졌느냐”며 “그동안 비전을 공동 설계하고 우선순위·부담·갈등을 조정하는 협치가 축적됐는지, 차질을 빚은 의사 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가 분명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각 주체의 단기 이해와 책임 회피가 맞물리면서 목표·재원·일정이 흔들렸고, 그 결과 불신과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정리할 것과 집중할 것을 확정하고, 재원·권한·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