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런 기회가 또 오지 않는다. 누가 주전을 차지하든, 제대로 된 각성은 이제 필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고 유격수 보강을 강력하게 원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대어였던 박찬호가 타깃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뜻대로 FA 시장은 흘러가지 않았다.
롯데는 FA 시장에 발을 딛지 않았다. 3년 전 170억원 FA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다시 돈을 쓰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룹의 사정도 있었다. 또한 구단 역시 FA 영입으로 단기적인 전력 강화보다는 체질을 완벽하게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했다. 육성 기조를 확실하게 잡았다.
김태형 감독은 FA 선물을 또 다시 받지 못한 채 2026시즌을 맞이한다. 기존 선수들을 다시 조합하고 성장시켜서 시즌을 꾸려가야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FA 보강에 대한 루머들이 나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본인들이 부족한건가 하는 의문을 스스로 품게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롯데의 유격수 자리는 리그 최하위권이다. 공수 모두 평균 이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탯티즈’ 기준 유격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1.86으로 리그 8위였다. KT(0.85), 키움(-0.19)만 롯데 밑이었다. 2024년 0.66보다는 높아졌지만 리그 하위권이라는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박승욱(30경기 174이닝 2실책), 전민재(93경기 726⅔이닝 15실책), 이호준(63경기 340⅓이닝 9실책), 한태양(11경기 26이닝 1실책) 박찬형(2경기 13이닝 1실책) 등이 나눠서 출장했다. 박승욱이 개막전 선발 유격수였지만 이후 전민재가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신예 이호준이 이따금씩 기회를 잡았지만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지는 못했다.
전민재는 지난해 두산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롯데에서 주전으로 도약했다. 101경기 타율 2할8푼7리(331타수 95안타) 5홈런 34타점 39득점 OPS .715의 성적을 기록했다.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으로 분류가 됐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커리어의 분기점을 마련했다.
2년차 이호준은 “수비에서는 가장 낫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격에서도 나름 가능성을 보여줬다. 99경기 타율 2할4푼2리(132타수 32안타) 3홈런 23타점 20득점 OPS .751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강점을 보여줘야 했던 수비에서 흔들렸다. 잔실수들이 많았다. 유격수에서 이닝 대비 많은 실책을 기록했다.
타 구단들과 비교했을 때 유격수 자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록으로도 알 수 있고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시즌 전민재가 우선적으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역시도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선수들 스스로 한계를 깨뜨려야 한다. FA 보강이 필요없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구단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이게 올해 가을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혹독한 수비 훈련을 펼쳤다. 절대적인 양과 질을 모두 높이면서 선수들의 반복 숙달을 유도했다. 또한 전민재와 한태양은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 마린스 마무리캠프에 파견됐다. 10월 2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약 3주 간의 연수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가을의 결실이 내년에 드러나야 한다. 유격수 자리를 누가 차지하든, 외부 영입은 필요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