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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상원, '광물 무관세 동맹' 추진…'트럼프 측근' 해거티 공동발의

중앙일보

2025.12.1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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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의 여야 중진 의원들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무기화’하는 중국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한국 등 동맹국들과 이른바 ‘광물 무관세 동맹’을 추진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한 것으로 15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멕시코 국경 방위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두 수출과 희토류 공급에 발이 묶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대중(對中) 유화 메시지를 내는 것과 차별화된 행보다. 특히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동맹간 광물과 파생제품까지 무관세”


해거티 의원과 ‘미국 광물 안보 복원법(광물안보법)’을 공동발의한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민주·네바다) 상원의원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핵심 광물 전략 세미나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산업과 국방 기술의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이 장악한 것은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며 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민주ㆍ네바다)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핵심 광물 전략 세미나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매스토 의원은 이어 “중국 공산당이 핵심 광물을 통제하는데 맞서기 위해서는 전 세계 동맹국의 단합이 필요하다”며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문제” 라고 강조했다.

광물안보법은 광물 안보 동맹에 가입한 국가 간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 뿐만 아니라, 해당 광물을 원료로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모든 가입국이 미국의 ‘관세법 301조’에 따른 고율의 관세로 공동 대응하도록 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핵심 광물을 재료로 생산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핵심 산업의 상당수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돼,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제품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
김주원 기자



“中 불공정에 맞서는 모습 보게 될 것”


해거티 의원도 본지에 “법안은 미국은 물론 동맹국에게도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 기업들이 (내 지역구인)테네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빌 해거티(공화ㆍ테네시)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핵심 광물 전략 세미나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실제 고려아연은 이날 미 국방·상무부와 파트너십을 통해 테네시에 74억3200만 달러(약 10조9500억원)을 투자한 제련소 건설 계획을 밝혔다. 해거티 의원은 주(州)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단독 투자인 해당 결정에 대해 “한국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과 협력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지원하는 직접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CSIS 세미나에서도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희귀 광물과 관련한)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동맹국들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정렬 태세를 갖추고 미국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미국 정계 및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연합뉴스
해거티 의원은 이어 지난 10월 자신이 미국 정계 및 정부를 대표해 참여했던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3국 기업인들이 대거 몰렸던 사실을 강조하며 “미국과 동맹국에는 엄청난 역량이 있지만 오히려 부족한 것은 미국의 두 정당”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통해 광물이 다시는 무기가 되거나 (미국과 동맹이) 인질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미국 테네시 제련소 어떻게 만드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고려아연]


민주는 ‘환경’ 공화는 ‘관세’ 양보 과제


매스토 의원은 세미나에선 자신의 지역구인 네바다에 매장된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자원을 직접 채굴해 ‘광물 무관세 동맹’ 구축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멕시코 국경 방위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한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팔을 만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매스토 의원은 환경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반발 가능성과 관련 “청정 에너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확보하려면 핵심 광물의 채굴과 가공에서 시작해야 하고, 네바다가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다”며 “환경 검토는 필요하지만 프로젝트를 중단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입장에선 “동맹이 적보다 더 미국을 약탈해왔다”며 동맹국에도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 진영을 설득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에 대해 해거티 의원은 “동맹국들은 중국 공산당의 (광물에 대한) 대응이 시작되면 다시 그들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은 확실성을 제공해야 투자자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표적 지한(知韓)파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중국은 핵심 광물 분야에 다른 국가의 진입을 막는 시장 조작 행위를 벌인다”며 “안보와 경제 관점 모두에서 다변화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고, 이를 위해 반드시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하원의 대표적 지한(知韓)파로 분류되는 아미 베라(민주)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ㆍ태평양 소위 민주당 간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핵심 광물 전략 세미나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한 동맹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다자 협력’ 무시 트럼프…“최근 변화 조짐”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자협상을 사실상 무시하고 핵심 광물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양자협상만을 내세워왔다”며 “최근 들어 광물 대응에 대해서만은 다자협력 방안의 강화를 검토하는 기류가 확대되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된 광물 대응 관련 법안은 이러한 기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법안이 통과돼 현실화할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선 상당히 파격적 내용을 담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등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5일 테네시주를 지역구로 둔 빌 해거티(오른쪽) 상원의원과 마샤 블랙번 상원 의원을 초청해 대미 투자 성과와 관련한 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치권과 가까운 인사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의회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해거티 의원이 대표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법안의 경우 현실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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