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포드, 전기차 축소에 28조원 부담…하이브리드·내연기관으로 선회

중앙일보

2025.12.15 21:26 2025.12.16 01: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한 포드 자동차 대리점에 전시된 2026년형 F-시리즈 픽업트럭 전면 그릴에 포드 로고가 부착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사업 구조를 대폭 조정하면서 200억 달러에 가까운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포드는 대형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저가형 모델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사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총 195억 달러(약 28조6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5억 달러(약 18조3700억원)는 올해 4분기 실적에 먼저 반영된다.

이번 비용에는 한국 SK온과 추진해온 배터리 합작 사업을 종료하는 데 따른 손실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도 포함됐다. 포드는 대형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하고, 향후 트럭·밴, 저렴한 전기차, 기업용 에너지저장시설(ESS)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앤드류 프릭 포드 가솔린·전기차 사업 부문 책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수익성이 낮은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분야에 자본을 배분하고 있다”며 “대형 전기차의 사업 타당성이 예상보다 낮은 수요와 높은 비용, 규제 변화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장점을 원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주행거리, 사용 목적에 맞는 차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략 전환이 최근 미국 정책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9월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던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철회한 이후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해당 조치 이후 한 달 만에 미국 전기차 생산량은 전달 대비 49% 감소했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은 그간 수익성 악화로 부진을 겪어왔다.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은 높은 생산 비용과 소비자 혹평 속에 지난해 11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전기차 사업부인 ‘포드e’는 지난해 51억 달러(약 7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36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다.

포드는 이에 따라 저가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재편해 2029년까지 전기차 사업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차세대 F-150 라이트닝은 소형 내연기관을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전기차로 선보일 계획이며, 2027년에는 새로운 중형 픽업트럭도 출시할 예정이다.

포드는 대규모 비용 반영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올해 조정 기준 이자·세전이익(EBIT)이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제시한 기존 전망치(60억~65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포드의 전기차 생산 축소가 SK온의 북미 배터리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 실적과 가동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