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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능력 없고 연줄로 버티는 고위직 문책해라"…부처 감찰 강화 지시

중앙일보

2025.12.15 22:27 2025.12.1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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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공직 사회를 향해 전방위적인 감찰 강화를 지시했다. 지난달 24일 정부 내 ‘헌법존중 정부수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공무원의 계엄 관여 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엔 공직 사회 내부의 무능과 복지부동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중에서도 부적격인 사람이 있다”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능력은 없는데 연줄로 버티는 이들에 대한 문책을 엄중히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책 감사를 없애 정치적 이유에 의한 ‘먼지털기식 감사’는 지양하겠지만, 그 속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애정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이 없지 않단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나 징계를 좀 엄중하게 했으면 좋겠다. 천사들이 사는 세상은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러한 지시는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탁월한 성과엔 파격적 포상”을 약속한 뒤, “포상도 미약하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문책도 매우 부족하다”며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부처 자체 감사 기능 활용을 주문하며 “랜덤(무작위)으로 부정기적 감찰을 강화해 평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존중받고, 사고뭉치들은 골라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기강이 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관가는 한층 얼어붙는 분위기다. 한 고위 공직자는 “무작위 감찰까지 강화되면 어떻게 운신하란 것인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 일각의 ‘이권 카르텔’도 도마 위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인가·허가·면허 이런 국가의 권능을 이용해 기회를 특정 소수한테 주어서 특혜가 발생하는 문제는 특별한 고려를 해달라”며 “이게 다 부패의 원인이다. 권력 차지하면 엿 바꿔 먹을 수 있지 않나”고 했다. 구체적 예로는 “남산 케이블카를 60년 동안 (특정 개인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운영하고 있다지 않나”고 언급했다. 경기지사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의 전국 확대도 지시하며 “대통령이 단속 다니기가 그러니 행안부나 국토부가 해달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생중계로 진행된 회의에선 장·차관의 보고에 구체적인 수치와 대안을 제시하며 압박하는 이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 보고에 대해 “임대주택을 왜 자꾸 분양해 팔아치우냐”며 정책 기조 전환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이 8%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면서 “사람들은 임대 주택에 들어가면 ‘내가 언젠가 분양받겠지’, 이 생각을 하고 있다. 분양받아야지 하니 맨날 싸우잖나”고 했다. 이어 “(장기공공임대를 늘려야) ‘내 집 안 사면 난 죽어, 망해’ 이런 생각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30년까지 ‘햇빛소득 마을(주민 참여형 태양광 발전)’을 한 해에 500개씩 총 2500개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에이, 쪼잔하게 왜 그러시냐”는 농 섞인 면박도 던졌다. 이어 “빨리빨리 개발하라”며 “신안군의 (햇빛연금) 담당 국장이 똑똑하던데 아예 데려다 쓰든지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토론 안건인 사회적 경제의 한 사례로 성남시장 재임 시절 청소대행 업체를 시민 주주 기업으로 전환했던 사례도 꺼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남시장이) 이재명인 줄 모르고 ‘행정학 교과서에도 없는 혁신’이라며 칭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업이 이듬해 민주노동당 당원이 포함돼 있단 이유로 ‘종북 자금줄’이란 공격을 받았던 것을 거론하며 “여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해 현금을 지원해줬는데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고정간첩)’이라고 얘기했다”며 “그래서 제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됐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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