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을 폭로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6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의 비대면 면담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지난 대선 당시) 한쪽으로 치우쳤던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어프로치(접근)했다”고 밝힌 과거 통일교 2인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이날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 전 본부장 등의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2022년 2월 13일 개최한 통일교의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에 대한 여야 정치인 참석 등을 통화로 논의한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8일 이재명 캠프에서 본인(이재명 당시 후보)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 전 부회장이 그 얘기를 저한테 하면서, (이 후보가) 와서 앉아있다가 스피치하고 나갈 때 펜스하고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에 기억 났는데 윤석열 후보 쪽 연락 왔고, 이재명 후보 쪽 연락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만 만났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를 두고 “미국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제 기억엔 이재명 후보는 못 와서 나중에 하겠다고 했지만, 거기에 최근에 이슈된 두 분의 민주당 캠프의 분들을 브릿지를 해줬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과 이 전 부회장 통화 속에서 등장하는 당시 이재명 캠프 인사들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본부장은 민주당, 국민의힘 접촉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제 기억에선 윤석열은 윤석열 차로 올라가면서 연락이 왔다”며 “이재명 후보는 제주에 가 있어서 ‘비대면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으로 하면 리코딩되는 게 문제다. 펜스 부통령에게 물어봐야 된다”고 했다.
증인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통일교의 정치권 접촉에 대해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본부장이 엄청난 압박을 해서 행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전 부회장은 “민주당은 후보 되시는 분과 해외 유력인사 간 화상 회담을 추진했다”며 “우리가 주최한 평화 서밋에 오고, 안 오고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소개 회사를 알려달라는 것으로 끝났다. 그걸 맡은 분이 강선우(민주당 의원)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통일교 측의 관여로 지난 2022년 1월 이 후보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화상 대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의 증언에 “개그콘서트같다. 본인 기억에 왜곡 조작이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팩트 말하고 법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아닌 부분 말해야 하는데, 본인들 진술하고 앞뒤가 안 맞는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