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탈중국 노력에도 영향력 여전히 압도적
LFP 중심 구조적 우위…올해 주가 CATL 45%·선그로우 130%↑
세계 AI 급성장 뒤로 中 배터리·전력기기 폭발적 성장
트럼프 관세·탈중국 노력에도 영향력 여전히 압도적
LFP 중심 구조적 우위…올해 주가 CATL 45%·선그로우 130%↑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각종 전력기기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도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 선그로우(Sungrow)를 비롯한 중국의 배터리·전력기기 업체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서방 선진국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이차전지 제조사인 CATL와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 통합 에너지 저장 시스템 공급 업체인 선그로우의 올해 이익은 중국 및 해외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급증했다.
그 덕분에 CATL과 선그로우 주가는 올해 각각 45%, 130% 급등했다.
이들 기업의 호황에는 세계적으로 활발해진 AI 데이터 센터 구축 확대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번스타인의 에너지 저장 분야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호는 FT에 "갑자기 전력 장비들을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운영하려는 기업들은 이제 취약한 기존 전력망에 의존하는 대신 독자적 분산형 전력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꺼내 쓸 수 있는 '전기 저수지'인 ESS 구축의 중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독립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 데에는 변압기, 직류-교류 변환기 같은 전력기기들도 들어가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가 2030년 94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소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의 415TWh의 배에 달하는 규모이자 현재 미국의 연간 전력 생산량의 5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이 이미 높은 관세율로 강하게 견제하고 있지만,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와 전력기기 의존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30.9%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수입하는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산이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의 수입 리튬이온 배터리 중 60%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2020년의 43%보다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150억달러로 2020년 한해 전체 수입액의 세 배를 넘었다.
중국 업체들은 이런 높은 미국의 관세 부담에도 경쟁이 극심한 자국 시장에서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주식전략 공동 부문장인 매티 자오는 배터리와, 직류-교류 변환기로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경우 수출용 이익률이 내수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추산하면서 "관세를 감수해도 수출을 계속하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를 뚫고 미국 시장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 힘은 압도적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레이먼드 영은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안전하고 수명이 긴 리튬인산철(LFP)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 지위에 올라서는 등 중국 기업들이 '구조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세와 탈동조화 논의에도 불구하고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강해 중국 외에 사실상 다른 공급업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외에도 납기 속도에서도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역시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에 배터리를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어 이 같은 중국산 배터리 전성시대가 오래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내년 중국산 배터리 관세를 30.9%에서 48.4%로 인상할 계획이다. 또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는 연방정부의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게 된다.
중국산 ESS의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한국산 ESS의 대량 투입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유의미하게 낮아질 수 있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중국보다 뒤늦게 LFP 기반 ESS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기가와트(GW) 단위의 초대형 주문을 잇달아 따내면서 이르면 내년 말부터 양산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차대운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