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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어른들의 축’ 맥매스터, 中·日 갈등 두고 “日 외면 안돼”

중앙일보

2025.12.15 23:13 2025.12.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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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앙포토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은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 중인 중국공산당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를 ‘관리 가능한 전략 경쟁’이나 ‘경제 패권 경쟁’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 군사·경제·산업·첨단기술 분야 전반에서 사실상 전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맞서기 위해 세계 최대 경제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최근 중·일 대치 국면과 관련해 “(미국이) 일본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3성 장군 출신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초인 2017년 2월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가 다음 해 3월 물러났다.



“중국, 미국 상대로 전쟁 준비 중”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중국의 산업 전쟁에 대응하는 국가역량 핵심산업 전략 수립’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토론에서 “그들(중국공산당)은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실제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남중국해 침략 위협과 영유권 주장, 미국의 조약 동맹국인 필리핀에 대한 군사적 위협, 대만을 상대로 한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적 압박과 위협, 중·러 간 합동 폭격기 훈련 등을 예시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중국의 대외 전략을 ‘3C’로 요약했다. 중국 시장 접근과 투자 기회를 미끼로 글로벌 기업을 유인(포섭·Co-opt)한 뒤 진입 과정에서 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지식재산권을 탈취(강압·Coerce)한 다음, 해당 분야 중국 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정상적인 비즈니스 관행’이라고 호도(은폐·Conceal)한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우리는 더는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취해야 할 해법으로는 차단(Insulate)·인센티브( incentivize)·통합(Integrate)·국제화(Internationalize)·각성(Instill) 등 ‘5I’를 제시했다. 먼저 중국의 경제 침략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 경제·산업을 보호(차단)하고, 핵심 산업·분야 투자를 유도(인센티브)해야 하며, 경제 정보와 군사 정보를 융합(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국가안보회의(NSC) 등 정부 차원의 통합이 필요하다. 이 기관들의 역량이 약화된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NSC는 인력이 3분의 1 가까이 감축됐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하는 등 기능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아래)이 1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개최한 온라인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로버트 앳킨슨 ITIF 회장, 마이클 브라운 전 미 국방부 국방혁신부 국장. 사진 ITIF 유튜브 채널 캡처



“미 조선 재건에 한·일 등 필요”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또 중국의 경제 공격에 대한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국제화)을 강조했다. 그는 조선 산업에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동맹과의 협력’ 가치를 거듭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산업은 하룻밤 새 재건할 수 없다. 한국·일본·핀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동맹국을 공격하면 중국이 승리한다’는 말씀을 자주 드린 적 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가능’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중·일 갈등과 관련해 ‘동맹국과의 협력·연대’를 강조했다. “이제는 그들(일본)을 지지할 때다. ‘중국의 대만 공격시 일본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나에 총리 발언 후 중국이 일본을 강압하려 했을 때처럼 우리가 일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다. 이는 중·일 대치 국면에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일 갈등 트럼프 침묵에 우회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유입되는 신종 합성마약 펜타닐과 관련해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며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다소 유화적인 메시지를 냈다. “우리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며, 유통되는 펜타닐 양을 줄이고 있다”면서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마지막 해법은 “중국 문제의 긴급성과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인식(각성)시키는 것”이라며 “곧장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이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허버트 R 맥매스터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도 ‘국방비 GDP 5%’ 맞춰야”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최근 미 연방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안(NDAA)을 놓고는 “충분한 투자가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5%’를 요구하듯 미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미 하원은 지난 10일 총 9010억 달러(약 1325조 원)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을 가결처리했는데, 지난해 미국 GDP(29조1849억 달러) 대비 3.1% 수준이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집권 1기 초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해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인사다.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되돌릴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 미움을 사 13개월 만에 국가안보보좌관직에서 해임됐다. 지난해 8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 나의 임무 수행』에서는 “트럼프는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북한군 전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어떤가’ 등 엉뚱한 말을 하곤 했다”고 술회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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