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과잉 공급 우려에 연일 하락세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08% 내린 배럴당 56.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2월 4일(56.23달러)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다. 올해 초(73.13달러)와 비교하면 22.3% 급락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연초 배럴당 75.93달러에서 현재(15일) 60.56달러까지 밀려났다.
유가 하락 폭이 커진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 신호가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번졌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지표인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시장 예상치(2.8%)를 비롯해 10월 증가율(2.9%)의 절반을 밑돌았다.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산업생산도 1년 전보다 4.8% 늘었을 뿐이다. 시장 예상치(5%)를 하회했고,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 가능성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될 경우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정 체결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원유 가격이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에서 거래될 것으로 봤다. 해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내년 석유 공급 파동으로 WTI는 배럴당 연평균 53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연평균 5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변화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달러로 거래되는 수입 제품 특성상 원화가치가 낮으면(환율 상승) 수입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2.6% 상승해 2024년 4월(3.8%)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6일 기준 L당 1742.06원이었다. 이달 초(1746.84원)보다 4.78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유는 L당 10.3원 내린 1653.02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