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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 중 3명은 번아웃...첫 취업 준비 길고 일자리엔 불만족

중앙일보

2025.12.15 23:52 2025.12.1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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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취업난과 과중한 업무 등으로 청년 10명 중 3명은 ‘번아웃’을 느끼고 있었다. 첫 직장을 구하는데 1년 가까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지만, 막상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다.

1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간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드러난 현실이다. 지난해 19~34세 청년 10명 중 3명(32.2%)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소진되는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2년(33.9%)보다 응답 비율이 소폭 낮아졌지만, 노동시장에 아예 진입도 못 했거나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이 벌써 지쳐간다는 신호가 뚜렷했다. 특히 비수도권 거주 청년의 번아웃 비율은 33.3%로 2년 새 3.3%포인트 상승했다. 번아웃 이유는 ‘진로 불안’(39.1%)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업무 과중(18.4%)’ ‘업무에 회의를 느껴서(15.6%)’ 순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한국 청년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6.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점)보다 낮다. 38개국 중 31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청년층 자살률은 10만 명당 24.4명으로 전년보다 1.3명 늘었다. 20대(19~29세)의 경우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2023년 16.3%로 2021년 대비 4.6%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층 삶의 질이 나빠진 건 일자리 문제와 관련이 깊다. 청년층(15~29세) 임금근로자가 처음 취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올해 11.3개월로 전년 대비 0.2개월 줄었지만, 10년 전인 2015년에 비하면 1.3개월 늘었다. ‘이대남’(20대 남성)을 포함한 청년 남성의 첫 취업 소요 기간이 13.3개월로 여성(9.5개월)보다 3.8개월 길었다. 성별 격차는 2015년 4.7개월까지 벌어졌다가 2019년 2.3개월로 줄었는데, 이후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김경진 기자

어렵게 첫 직장을 구해도 일자리 만족도는 낮다. 2023년 기준 19~34세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만족도는 36%에 불과하다. 5점 척도로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는지 물었을 때 ‘매우 만족’ ‘약간 만족’이라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층의 첫 일자리와 미스매치 실태’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기준 임금ㆍ직종ㆍ근무 지역 등 3가지 조건에 모두 만족하며 근무한다는 청년(15~29세)은 7.9%에 그쳤다. 2022년 10.5%에서 3%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셋 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응답은 11.4%에서 14.9%로 3.5%포인트 늘었다.

낮은 임금 수준, 고용 불안 등 청년 일자리의 질이 여전히 나빠서다. 올해 첫 직장을 얻은 청년 10명 중 7명(68%)은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 미만이다. 그중 100만원 미만인 경우도 15.3%나 된다. 첫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인 비중은 31.8%, 일시적 일자리인 비중은 8.1%이다. 청년 10명 중 4명(39.9%)이 매우 불안정한 일자리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부는 앞으로 청년 기준을 29세에서 34세로 상향해 20대뿐 아니라 30대 청년에게도 일할 기회를 적극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자리 첫걸음 보장센터’ 10곳을 설치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들을 적극 발굴하고, 4만3000명에게 대기업 등 일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ㆍ관계 부처ㆍ지방정부와 협업해 내년 1분기(1~3월) 내 쉬었음 청년을 위한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청년들의 적성이나 선호도를 고려한 맞춤형 일경험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접근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기업의 인재 수요와 구직 청년들의 업무 역량을 함께 고려해야만 취업 경로의 오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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