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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도 통일교 행사에 6차례 축전...'쓰나미 강타' 부산선거

중앙일보

2025.12.16 00:19 2025.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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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박형준 부산시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해양허브도시 부산' 국회 릴레이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통일교 쓰나미’가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부산시장 선거 판을 강타하고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여야 유력 주자들이 과거 통일교 인사와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전날(15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전 전 장관의 국회의원 사무실 등 10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한 지 하루 만인 16일 박 시장이 통일교 행사에 최소 6차례 축하 영상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박 시장은 2021년 9월 천주평화연합 주최 ‘씽크탱크(Think Tank) 2022’ 행사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의 불완전한 평화는 지구촌 전체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05년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가 지구촌 분쟁 종식을 위해 창설한 기구다. 박 시장은 이듬해 2월 같은 단체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서밋’에도 축하 영상을 보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시장은 이 단체에 2022년 8월과 2023년, 2024년, 2025년 등 최소 네 차례 더 축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는 통일교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물타기용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축전은 의례적인 내용의 감사나 행사 축하 내용이 전부”라며 “불법적 단체가 아니라면 관례에 따라 축전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는 완전히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실제 해당 행사에는 박 시장 뿐 아니라, 김영록 전남지사, 이용섭 전 광주시장, 송하진 전 전북지사, 양승조 전 충남지사, 이시종 전 충북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도 축사를 보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23일 현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A씨(당시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부산시회장, 왼쪽)를 선거 사무소에서 만났다. 전 의원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자서전을 들고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김영사

전재수 의원 연루 의혹으로 코너에 몰렸던 민주당은 ‘박형준 흔들기’로 반격에 나섰다. 이재성 전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이 축전을 보낸 행사는 통일교 창시자를 기리는 맥락에서 열렸다”며 “시장의 행보로 정당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도 “통일교가 로비를 했다면 현직 시장인 박 시장이 1순위 타깃”이라며 “박 시장의 통일교 친분 의혹이 계속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차기 부산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기록하는 ‘빅샷’인 전 전 장관과 박 시장이 통일교 논란에 휘말리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재수 전 장관은 이미 수사 단계로 넘어가 출마가 어렵게 된 상황”이라며 “박 시장까지 새로운 의혹을 받을 경우, 내년 선거는 혼돈 그 자체”라고 했다.

다만 박 시장은 금품 수수 의혹 등이 불거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 국민의힘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2018년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대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의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통일교와 정계의 유착 논란이 유독 부산에 집중되는 것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배경이란 말도 나온다.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서 부산을 잇는 사업으로, 문선명 전 총재가 지난 1981년 ‘국제 평화 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한 지역 인사는 “해저터널이 통일교 숙원 사업이 되면서, 통일교 인사들이 다양한 루트로 정치인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18년 2월 현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A씨(왼쪽)가 임종성 전 의원과 통일교가 공동 주최한 ‘IAPP 2018 국제 컨퍼런스’에서 전재수 의원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행사선언문에는 ″한중일이 한일 해저터널을 강력히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
국민의힘 소속 서병수 전 시장은 2016년 해저터널 건설을 핵심 공약사업으로 포함했고, 이듬해 부산시는 ‘해저터널 기초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민주당 인사인 오거돈 전 시장도 2019년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해저터널을 추진하겠다”는 친필 사인을 했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해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정치권의 통일교 연루 의혹 폭로전은 여러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2017년 6월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하며 “(정 구청장은) ‘통일은 참사랑밖에 할 수 없다’라며 축사를 하고 ‘통일선언문’에 자필로 서명했다. ‘참사랑’은 통일교의 교리에 대한 지지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구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관내에서 개최된 공개 행사였고, 축사는 의례적인 인사말과 격려의 의미를 담아 작성한 것일 뿐”이라며 “통일교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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