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퀸’의 대관식이 시작된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17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 항저우의 항저우올림픽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무대에 출전한다.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 등 총 5개 종목에서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낸 8명(팀)이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올 시즌 18차례 국제대회에서 10승을 거둔 안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명실상부한 ‘여왕’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유니폼부터 바꾼다. 줄곧 착용한 반소매 상의와 치마바지 하의의 투피스 대신 여성미를 강조한 원피스 유니폼을 착용하고 코트에 나선다. 색상은 아이보리와 카키, 두 가지를 준비했다. 팬들에겐 배드민턴 파티에 참석한 여왕의 이브닝드레스로 여겨질 수 있다.
새 유니폼을 제작한 요넥스 관계자는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선수의 의도를 적극 반영해 디자인을 정했다”면서 “시즌 최종전이자 여러 대기록이 걸린 대회에 새 유니폼을 선보이는 건 다분히 의도적인 결정이다. 경기력 관점에서도 A라인 스커트 타입의 새 유니폼은 민소매 형태라 팔의 움직임이 한결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팬들에겐 역사에 남을 대기록 작성 여부가 주목 포인트다. 파이널스를 우승으로 장식하면 자신이 보유한 여자 단식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10승)을 스스로 뛰어넘는다. 아울러 지난 2019년 남자 단식의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BWF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11승)과 타이를 이룬다.
다승만큼이나 승률도 관심사다. 올해 안세영은 72경기에서 68승(4패)을 거뒀다. 승률 94.44%다. 지난 2011년 남자 단식의 린단(중국)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92.75%·64승 5패)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 대회는 8명의 선수(또는 팀)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2명이 4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정상에 오르면 5승을 보태 승률을 94.80%(73승 4패)까지 높일 수 있다.
안세영이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넘길지 여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파이널스를 앞두고 76만3175달러(약 11억2000만원)를 기록 중인데,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4만 달러를 추가하면 전인미답의 100만 달러 고지에 오른다.
지난 15일 BWF 갈라 어워즈에서 역대 최초로 올해의 여자 선수상 3연패를 달성한 안세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번 대회 간판스타다. BWF 홈페이지는 16일 “안세영은 올 시즌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를 단 하루도 놓치지 않았다.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점령하면 명실상부한 최강자가 된다”면서 “배드민턴은 지난 10년 동안 각종 기록이 변동 없이 멈춰 있었다. 팬들은 안세영이 오랜 ‘신기록 갈증’을 해소시켜 주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남자복식의 서승재(28)-김원호(26·이상 삼성생명) 조도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에 도전 중이다. 올해 안세영과 나란히 10승을 기록한 두 선수는 월드투어 파이널스 무대에서 함께 11승 고지에 오른다는 각오다. BWF는 “올해 월드투어가 더욱 흥미로운 건 기록 도전자(record-chaser)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면서 “안세영 못지않게 한국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의 도전도 흥미롭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