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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아파 병원 갔더니…검사 62개하고 "50만원입니다"

중앙일보

2025.12.16 12:00 2025.12.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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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기능의학'을 표방한 의료기관들이 너무 많은 검사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과 환자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능의학을 한다고 내세운 의원급 의료기관 140곳의 진료 행태를 분석했더니 환자 방문마다 평균 11종의 검사를 했고, 이는 전체 의원 평균(회당 5종)의 2.2배에 달한다고 15일 밝혔다.

기능의학은 다양하게 검사해서 신체 리듬의 불균형을 찾아내 이를 해소한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기능의학을 정식으로 다루지 않는다"며 "미국 가정의학회가 근거 미흡을 이유로 2013년 보수교육 학점 인정을 유예했고, 2018년 환자가 물을 때 개요·범위 등을 설명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만 인정하고 임상 적용 교육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140곳 중 외래 환자당 5종 이하 검사를 한 곳이 38곳이다. 67곳은 11종이 넘었고, 4곳은 30종이 넘었다. 수도권 소재 A의원은 지난해 외래환자 1000명에게 환자당 평균 33.4종, 최대 46종 검사를 했다. 검사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고지혈증·2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환자였다.

영남권의 B의원은 30대 경추통(목 통증) 환자에게 62종의 검사를 했다. 비소·카드뮴·구리·수은 등의 중금속·미량원소 검사를 했다. 또 마그네슘·인 등의 전해질 검사, 성장호르몬·철대사·정밀면역 검사, 자율신경계 이상 검사, 신경학적 검사 등을 했다. 환자는 검사 후 물리치료의 일종인 재활저출력레이저 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는 물리치료·신경차단술 등의 진료를 지속해서 받았다. 검사에 50만6670원의 건보 진료비가 발생했고, 환자는 16만1600원을 냈다.

건보공단은 "다른 의원들이 경추통 환자를 진료할 때 B의원처럼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다"며 "특히 중금속 검사와 성장호르몬 검사는 거의 안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30대 환자는 급성부비동염 진료를 받으러 수도권 C의원에 갔다가 55종의 검사를 받았다. 건보 수가가 12만원 넘는 '항원 특이면역글로불린E 검사’가 포함됐다. 지난해 의원급의 급성부비동염 진료가 1040만 건인데, 이 중 0.3%만 이 검사를 했다. 이 환자는 검사 후 수액 주사를 맞았고,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추가 진료는 없었다.

기능의원들은 검사 후 비급여 진료를 적지 않게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의원은 70만원 가량의 패키지 검사를 하고 영양제 등을 처방한다. 어떤 데는 한 검사에 25만원을 받고, 수액을 주로 투여한다.

건보공단은 "일부 검사항목들이 질병과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고 입증할 만한 근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게 임상 전문가의 지적"이라고 설명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능의학은 아직까지 이론에 불과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적 근거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혹해서 불필요한 검사에 돈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권양 의대교육연구소 '메디프리뷰' 대표는 "기능의학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건축 중인 가건물에 도배하고 들어가서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기능의학 측 "몸 상태 최상으로 만들어야…언제든 질병 가능성"

그러나 일부 환자는 효험을 봤다고 말한다. 5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기능의학 의원 검사에서 체내에 수은이 있는 걸로 나왔다. 영양제·비타민B·비타민C 등을 처방 받았고 피로가 싹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100만원 넘게 들었고, 비보험(비급여)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진규 대한기능의학회 회장(PMC박병원 이사장)은 "기능의학의 목표는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지 질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서 치료를 해야 된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의료보험(건보)으로 할 수 있는데 건보로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해결이 안 된다"며 중금속 검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20년 전에 기능의학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얘기를 했을 때 비웃었는데, 지금은 정설이 돼 처방을 많이 내지 않느냐"고 말했다.







신성식.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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