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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알코올 중독자 성향” 최측근 비서실장 폭탄 발언

중앙일보

2025.12.16 14:09 2025.12.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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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는 상황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코올 중독자의 성향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언론 인터뷰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했다는 말이다. JD 밴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10년간 음모론자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 연설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다는 의미에서 ‘수지 트럼프’라고 불렀을 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표해 온 와일스 비서실장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미 워싱턴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이날 공개된 미 월간지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코올 중독자 성격이 있다면서 “고도 알코올 중독자나 일반 알코올 중독자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고 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유명 스포츠캐스터를 지냈지만 알코올 중독을 겪은 팻 서머럴을 부친으로 둔 와일스 실장은 “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 실장을 감싸며 신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만약 마셨다면 알코올 중독자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거라고 자주 말해 왔다”며 “나는 매우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와일스 “관세, 참모진 내 엄청난 이견”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강하게 몰아붙인 상호관세 정책을 놓고 참모진에서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다는 뒷얘기도 공개했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 부르며 모든 교역 대상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포함해 국가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감안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와일스 실장은 “당시 좋은 생각인지에 대해 엄청난 이견이 있었다”면서 “참모진들도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쪽과 재앙을 초래하는 쪽으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트럼프에게 ‘오늘은 관세 이야기를 하지 말자. 팀이 완전히 의견 일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했다”며 밴스 부통령과 함께 관세 부과 속도를 늦추려 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대해 권력 내부에서 상당한 우려가 있었다는 얘기가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의 입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한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 AP=연합뉴스


“트럼프 2028 대선 출마 가능성? 없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그(트럼프)는 분명히 그것을 즐기고 있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을 안다. 100%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가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출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탄식하다가는 곧바로 ‘사실은 아니야. 할 일은 다 해냈어. 이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때야’라고 말한다”며 “그는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을 두고는 “과거 10년간 음모론자였다”면서 트럼프를 맹렬히 비판하다 지지자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정치적 성격의 전환이었다”고 풀이했다. 베니티페어 기사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밴스 부통령을 상대로 도전할까?’라는 질문에 루비오 장관이 “밴스가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그가 우리 후보가 될 것이며, 나는 그를 지지하는 첫 번째 사람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와일스 실장은 현 정부 초기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케타민(마약류 일종)을 사용한다”며 “천재들이 그렇듯 아주 괴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와일스는 환상적” 신뢰 재확인

와일스 실장 인터뷰 공개 후 파장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와일스 편에 서서 방어막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베니티페어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읽어보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틀렸고 인터뷰어가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들었다”고 혹평했다. “와일스를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정말 환상적”이라고 답했다.

밴스 부통령도 “나는 때때로 음모론자”라고 인정하면서 “나는 사실인 음모론만 믿는다”고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지보다 더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보좌관은 없다. 행정부 전체는 그(수지 와일스)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간 회담을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와일스 실장은 베니티페어 인터뷰 기사를 “악의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 글을 통해 “오늘 공개된 기사는 나와 최고의 대통령 및 백악관 직원, 내각을 대상으로 부정직하게 꾸며진 악의적 기사”라며 “중요한 맥락은 무시됐고 나와 다른 이들이 팀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상당 부분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베니티페어는 트럼프 2기 출범 직전부터 최근까지 와일스 실장과 10여 차례 만나 나눈 대화를 토대로 이날 2꼭지의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와일스 “인터뷰 기사 악의적”

와일스 실장 집무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선 사진이 걸려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지에게. 당신은 최고야! 도널드”라고 사인한 글이 적혀 있다. 또 사무실 벽난로 옆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비디오 모니터가 놓여 있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지내며 캠프 선거운동을 총괄했던 와일스 실장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로 통해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신뢰에 힘입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됐는데, 트럼프 집권 1기를 포함해 가장 오래 ‘버틴’ 존 켈리 전 비서실장(17개월)의 재임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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