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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080억 필요”…충북 옥천 기본소득 지급에 충남 금산이 당혹

중앙일보

2025.12.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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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자 인접한 충남 금산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주민들이 “옆 동네는 돈을 주는데 왜 기본소득 사업에 신청도 안 했냐”며 지적하고 있어서다. 이에 금산군은 기자 브리핑을 열어 해명했다.
농어촌기본소득운동경남연합과 농어촌기본소득남해군추진연대가 지난 9일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개회한 경남도의회 앞에서 상임위원회가 삭감한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도비 126억원 복원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산군 "기본소득 지급 어렵다"해명

17일 충남 금산군에 따르면 박범인 군수와 허창덕 부군수는 지난 15일 간부회의와 기자브리핑을 잇따라 열고 “재정 여건상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군수는 간부회의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의 연간 지방비 부담비용 약 540억원을 군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허창덕 부군수는 "농식품부가 요구한 지방비 부담에 대한 충남도의 확약서가 없으면 공모사업 신청 접수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며 "충남도는 원칙적으로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고, 도비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15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의 한 도로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최종권 기자


기본소득 주면 다른 사업 못해

농어촌기본소득 공모 시범사업은 인구감소 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씩 2년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산군은 인구 5만명을 기준으로 1년간 기본소득 예산은 총 900억원이다. 사업비 분담 비율은 국비 360억(40%), 도비 270억(30%), 군비 270억(30%)이다. 금산군 인구는 지난 11월말 현재 4만8969명이다. 도 예산이 없으면 2년간 군비로만 108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세외수입을 제외한 금산군 지방세 494억원의 109%, 순 군비 시설사업비 510억의 105%에 해당하는 규모다.

결국 예산 마련을 위해 우선 규모가 큰 시설사업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도로개설, 마을가꾸기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농민·장애인·아동·청소년 복지 등 각종 관련 수당과 민간보조금의 대폭적인 삭감, 축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금산군의 설명이다.

허 부군수는 “‘청양군 등 충남은 물론 인근 충북 옥천까지 기본소득을 받게 됐는데 왜 금산군은 신청조차 안 했냐’는 주민 여론이 있어 해명 브리핑까지 하게 됐다”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결국 빚을 내서라도 돈을 나눠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국 10개 군 지역 대상지역 선정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20일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곳을 농어촌기본소득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2일 충북 옥천, 전북 장수, 전남 곡성 등 3곳을 추가 선정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총 1조원이 넘는다.

기본소득 지역으로 선정되자 해당 지역 인구는 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인구는 지난 9월 3만8883명에서 11월 4만1545명으로 두 달 새 2662명 늘었다. 같은 기간 경북 영양군은 608명, 강원 정선군은 1191명, 경남 남해군 1141명, 경기 연천군 951명, 충남 청양군은 717명이 늘었다. 청양군 관계자는 “귀농·귀촌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실제 청양에 거주하면서 다른 곳에 주소를 둔 분들이 전입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선정 이후 열흘 새 전입 인구가 600명이나 늘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이후에 증가한 인구에 지급할 기본소득 예산은 해당 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청양군 관계자는 “인구가 늘면 군비 부담액은 갈수록 커지는 구조”라고 했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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