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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석유 반환해라"…트럼프, 베네수엘라 해상 틀어막았다

중앙일보

2025.12.16 21:21 2025.12.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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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 기간은 “미국으로부터 훔쳐간 모든 석유, 토지, 자산을 반환할 때까지”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72.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하는 ‘고사 작전’의 의미를 지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리셉션에서 연설하며 손짓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후 생중계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대 원유 매장국…“훔쳐간 석유 반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권은 미국 자산을 훔친 행위와 테러리즘, 마약 밀수, 인신매매 등 많은 이유로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며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모든 재제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폰세에 위치한 라파엘 코르데로 산티아고 항구에 와스프급 상륙함 USS 이오지마(LHD7)가 정박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해군 및 공군을 투입해 마약 단속 작전이라 명명한 군사 작전을 수행 중이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에 완전히 포위돼 있다”며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몇 달 간 군을 직접 동원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격침하고,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날 해상봉쇄에 앞서 지난달 29일엔 “베네수엘라의 상공과 주변의 영공 전체를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며 하늘 길부터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압박의 이유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석유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외국계 석유회사의 자산을 강제로 수용해 석유 산업을 국유화한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이다.



본격 ‘고사 작전’…“반환 때까지 지속”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 봉쇄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제재 대상 유조선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전쟁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순차적으로 취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송에 나설 외국 유조선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16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폰세 소재 메르세디타 국제공항에서 미 해병대 CH-53 씨스탤리언 헬기가 착륙 준비를 하고 있다. 카리브해 지역 미군 기지에서의 지속적인 작전 및 해상 안보 노력과 연계된 지역 군사 대비 태세 강화의 일환으로, 이날 하루 종일 항공기 이동 및 합동 훈련이 관측됐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조치는 베네수엘라가 훔쳐 간 모든 석유, 토지, 자산을 반환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대적 정권이 우리의 석유, 토지, 기타 어떤 자산을 빼앗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즉시 반환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토와 자산의 반환을 주장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마두로 정권 전복을 위한 노력의 핵심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및 가스에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방장관, ‘전쟁범죄’ 논란…“영상 비공개”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인 미군의 마약 의심선박 2차 공격에 대한 상원 비공개 보고를 마친 뒤 “우리의 최고 기밀인 편집되지 않은 전체 영상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상의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베네수엘라 상황에 관한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은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한 뒤 2차 공격을 가해 잔해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2명을 살해했다. 이후 “헤그세스 장관이 ‘생존자를 전원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공개에 대해 처음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헤그세스가 하기를 원하는 모든 것은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바꿨다.

전날엔 신종 합성마약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에 대한 공격에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조치지만, 마약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지칭하는 대량살상무기에 포함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X 계정에 게시된 영상.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폭격과 유조선 나포에 이어, 16일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제 지지율 33%…“생방송 대국민 연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봉쇄 결정에 앞서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지난 10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0만 5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11월엔 일자리가 6만 4000건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4.6%를 기록하며 2021년 9월 이후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날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또다시 30%대를 기록했다. 특히 경제 분야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에 그쳤고, 물가에 대해선 27%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8일 오전 11시)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국민 연설의 주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우리나라에 대단한 한해였지만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경제와 안보 성과와 계획 등을 방송의 골든타임을 활용해 직접 설명할 것임을 시사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폭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올 것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새해의 몇몇 정책도 미리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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