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몰리는 가운데 한국의 AI 벤처투자 유치 규모는 세계 9위, 시장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정책저장소의 벤처투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국이 확보한 AI 벤처투자 규모가 약 15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AI 벤처투자 총액의 1% 수준에 그친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미국(약 1140억 달러)의 73분의 1, 영국(약 115억 달러)의 7분의 1, 중국(약 90억 달러)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한국은 9위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전체 AI 벤처투자의 72%를 흡수해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AI 벤처투자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 세계 AI 분야 벤처투자액은 약 1584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5년(약 400억 달러)의 약 4배 규모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0%에서 55.7%로 급증했다.
개별 기업 간 투자 격차도 뚜렷한 양상이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크게 많이 투자를 받은 미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xAI는 한 해 동안 약 110억 달러를 유치했다. 빅데이터 기업 데이터브릭스(약 85억 달러), 챗GPT 개발사 오픈AI(약 66억 달러) 등도 대규모 투자를 끌어모았다. 중국에서도 딥시크를 개발한 문샷AI(약 13억 달러) 등이 대규모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투자액은 약 1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을 전제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는 “예측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 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AI 스타트업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며 “혁신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한국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한 스케일업(확장)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