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대폭 수정하기로 한 가운데 재판부 추천위 구성에 법원 외부 관여를 제외하겠다며 대안으로 내세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8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밝히며 최근 양가적 모습을 보인 상태라서다. 한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위헌성을 지적했음에도 그 권한을 준 건, 결국 당근을 주면 민주당 편을 들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 아니냐”며 “정치가 사법부를 지나치게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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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이 현 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추천위원 9명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가 3명씩 추천하도록 한 기존 안에서 헌재와 법무부를 제외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게 빠진 6명 추천권은 대신 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이루어진 전국법관대표회의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헌법상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는 조항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우회로를 뚫은 것인데, 여전히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104조 3항)는 조항과 맞지 않다. 의총이 끝나고도 재차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박수현 대변인)이라고 재수정을 예고한 까닭이다.
민주당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콕 집은 점에도 우려가 나온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 이를 비판할 목적으로 상설화한 기구로서, 친민주당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2018년 상설화 후 초대 의장을 맡은 최기상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부터가 현직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최 의원은 의장 재임(2018~2019년) 때 민주당에 가세해 양 전 대법원장을 거세게 비판했고 의장 퇴임 이듬해인 2020년 바로 민주당 영입 인재로 입당, 같은 해 21대 총선에서 진보 텃밭인 서울 금천 지역구를 전략공천 받아 배지를 달았다. 최 의원 후임인 오재성·함석천 부장판사는 물론 현 의장인 김예영 부장판사도 우리법·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이다.
민주당에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우군으로 인식한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직후 사법부를 내란 세력으로 모는 정청래 대표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논의해야 한다”(지난 9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고 독려한 게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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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비판 결의…“소수가 좌지우지 못 할 것”
다만 그런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금 같이 거친 사법부 압박엔 쉽게 동조하지 못할 거란 견해도 법원 안팎에 많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참석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들이 외부에 신경을 안 쓰는 평온한 시절에야, 소수의 몇몇이 기구를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법부 전체가 표적이 된 상태”라며 “소수 입맛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김예영 의장은 곧바로 판결을 문제 삼으며 지난 5월 26일과 6월 30일 두 차례 회의를 소집했으나, 끝내 안건이 부결된 적 있다. 지난 8일 정기회의에선 내란전담재판부를 안건에도 넣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한 판사가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어 상정을 요구’(내규 6조)하면서 결국 비판 결론에 이르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내란전담재판부 등 법관 독립을 정면 침해하는 법안이 점점 현실화하자, 그간 침묵하던 판사들이 각급 대표 판사들에게 여러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무조건 친여 목소리만 내게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법부 내 특정 조직을 정치에 포섭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