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4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정지) 여파로 ‘통계적 잡음’이 섞였지만, 월가에선 고용시장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6%로 나타났다. 셧다운 전인 지난 9월(4.4%)보다 0.2%포인트 상승하며 2021년 9월(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6만4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4만5000명)를 웃돌았다. 하지만 9월 신규 고용(11만9000명)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둔화했다.
이날 셧다운 여파로 두 달 가까이 지연된 10월 고용 성적표도 함께 나왔다.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0만5000명 감소했다. 올해 정부의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 등 인력 변동이 셧다운 영향으로 뒤늦게 반영된 결과다. 10월 실업률도 관련 통계가 발표된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보험ㆍ금융회사 네이션와이드 캐시 보스트야닉 이코노미스트는 17일 로이터를 통해 “셧다운으로 가계 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어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팁 채권 담당자는 “결국 여러 잡음을 걷어내면, 이번 고용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실업률”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는 임금 상승세 둔화에서도 나타난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11월 기준 전월 대비 0.1% 상승해 시장 예상치(0.3%)를 밑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은 고용 불안과 맞물리며 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7326억 달러(약 1083조원)로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자동차와 휘발유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에 신중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고용시장 둔화는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용 둔화가 지지율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위축이 이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 조치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