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심 법정 최후 진술에서 “저는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로부터 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며 “제가 돈에 환장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권 의원에게 징역 4년과 1억원의 추징을 구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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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제가 돈에 환장했다면 몰라도 1억원 받을 수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17일 오후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권 의원은 “윤영호가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 입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사람 됨됨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1억원을 받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권 의원은 “저는 검사로서 18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서 1년 2개월, 국회의원은 5선 16년째 하고 있다”며 “30여년간 공직생활에서 크건 작건 돈 문제로 한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윤 전 본부장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진 데 대해서는 “통일교 1인자가 최소한 간부들에게 지지 의사를 표출할 때까지는 윤영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며 “종교단체에 찾아가서 득표 운동을 하는 건 정상적 선거운동의 방식이다. 민주당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고 반박했다.
2022년 3월 22일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데려가 독대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이 배석했을 뿐 만남을 주선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결정은 대통령이 하고, 저는 윤영호와 가까이 지낸 걸 아니까 배석하라고 한 것”이라며 “인수위원회를 못 찾겠다고 해서 밖에 나가서 데리고 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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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징역 4년 구형…권성동 측 "민주당은?"
특검팀은 권 의원에게 징역 4년과 1억원의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보다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며 “그러나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1억원의 거액을 수수하면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단순 수수에 그치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통로를 제공했다”며 “국회의원 지위를 사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종속시켰다”고 했다.
권 의원 측은 윤 전 본부장을 만난 건 맞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금품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중잣대”라고도 했다. 권 의원 측은 “윤영호가 민주당에도 접근해 장관이 장관직 사임까지 했다. 그런데 특검은 4개월 전에 증거를 확보하고도 국수본에 이를 이첩했다”며 “특검 논리대로라면 국민의힘 소속 피고인에게 현금을 주었다는 건 특검 수사 대상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에게 준 것은 수사대상이 아닌 것인데 형평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모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배달 사고’를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 문자 속 ‘작은 성의’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나 국민의힘 후원금 등일 수 있다”며 “반드시 관련 있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본부장 다이어리 2022년 1월 5일자에 적힌 ‘큰 거 한 장 support’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작성 시기나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권 의원은 단순히 돈을 안 받은 것을 넘어서 브로셔 등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 말에 따르면 (윤영호 문자 속) ‘작은 성의’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모 전 통일교 재정국장이 찍은 1억원 현금다발 사진과 통일교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윤 전 본부장 진술을 뒷받침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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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증거인멸 우려” 권성동 “지역구 강릉 어려움”
이날 재판 후에는 권 의원에 대한 보석심문이 이어서 진행됐다. 권 의원은 직접 발언에 나서 “저는 강릉 시민에게 죄인이다. 5선이나 밀어줬는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속돼 국회의원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제가 무슨 힘으로 증거인멸을 하나. 야당 의원은 아무 힘이 없다”며 보석을 요청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비서관을 통해 사건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수사 내용을 미리 확인하려 한 점 등에 비춰 보석 인용 시 사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8일 오후 3시에 권 의원에 대한 사건을 선고하기로 했다. 이날은 같은 재판부가 심리 중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 사건, 윤영호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사건 선고도 예정된 날이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대 대선에서 교인의 표와 조직 등을 제공해주는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시 교단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9월 16일 권 의원을 구속해 10월 2일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