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인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의 핵심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무상제공 금지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가칭 ‘컵 따로 계산제’로 개편하겠다”며 “(일회용 컵을 가져가면) 매장에서 자율로 100원 내지 200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을 때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매장에 되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2022년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시행됐지만, 이후 윤석열 정부가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일회용 컵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고 지적했다.
기후부 안에 따르면 플라스틱 컵 뿐 아니라 종이컵도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일회용 컵 가격을 얼마나 받을지는 가게가 정한다. 다만, 정부는 생산 원가를 반영해 최저선을 정할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가맹본사에서 점주들한테 컵을 납품할 때 100원에서 200원 정도의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며 “전체적인 가격을 조사해 점주가 받을 수 있는 컵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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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1000원 차액 혜택”…“커피 가격만 오를 것”
기후부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일회용컵 비용(200원)과 다회용컵 혜택(탄소중립포인트 300원 지원, 매장할인 500원) 등 총 1000원의 차액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컵값을 추가로 받게 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컵 가격과 음료 원가를 어떻게 구분할 건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커피 가격만 올라갈 수 있다”며 “텀블러 사용이 늘어나지 않으면 카페 수익만 더 보전해 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 빨대는 고객이 요청할 때만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 모두 해당한다. 일회용 종이컵은 대형 식당부터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후 소상공인연합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시행 시기를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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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처리 방안 내년 결정
4대강 재자연화 추진 속도도 높인다.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내년 중에 모두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7개 신규 댐 가운데 지천댐과 감천댐 등 2개 댐은 내년 중 공론화를 거쳐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 나머지 5개 댐은 기술 검토 뒤 후속 조치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4대강의 재자연화는 계속 논쟁거리인데 이념적ㆍ가치지향적 논쟁보다는 정말로 실용적으로 정책 결정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국립공원 내에 무단 점유 중인 시설을 내년 여름까지 정리하라고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불법인데 지금까지 용인해온 것 아닌가“라며 “법이라는 게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계곡ㆍ하천 불법 시설물 철거를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