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흔들렸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시즌의 마지막 무대에서도 안세영(23, 삼성생명)이 2025 시즌을 결산하는 최종 무대에서 값진 첫 승을 챙기며 ‘끝까지 가는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안세영은 1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세계랭킹 7위)를 세트 스코어 2-1(21-16, 8-21, 21-8)로 제압했다.
월드투어 파이널은 1년간의 월드투어 포인트 상위 8명만이 초대받는 최고 난도의 무대다. 단순한 대회가 아닌, 한 시즌 여자단식 판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안세영에게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퍼즐이 남아 있는 무대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이 대회 우승 트로피만큼은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출발은 결코 쉽지 않았다. 1게임 초반부터 두 선수는 긴 랠리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점수는 16-16까지 이어졌지만, 안세영은 서두르지 않았다. 상대 실수를 차분히 기다렸고, 중요한 순간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5점을 몰아치며 21-16, 첫 게임을 가져왔다.
그러나 2게임에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와르다니의 빠른 공격 전환과 날카로운 각도가 안세영의 리듬을 흔들었다. 여기에 미끄러지며 범한 실책까지 겹치면서 점수 차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안세영은 8-21로 2게임을 내주며 불안한 흐름을 노출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3게임이었다. 안세영은 다시 자신의 템포를 되찾았다. 헤어핀과 긴 랠리로 상대 체력을 먼저 소모시켰고, 초반부터 압도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6-0, 11-1까지 단숨에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후반 잠시 추격을 허용했지만, 흐름은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21-8. 깔끔한 마무리였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기복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안세영이 쌓아온 ‘신뢰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안세영은 올 시즌 14개 국제대회에 출전해 10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 유럽, 일본, 중국, 호주까지 투어 전반을 지배했다. 월드투어 랭킹 1위 자리 역시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시즌 최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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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다.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 안세영은 이 대회에서 아직 정상에 오른 경험이 없다. 2022년 조별리그 탈락, 이후 두 시즌 연속 4강에서 멈췄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시즌 11승째를 기록하며 2019년 모모타 겐토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A조에는 야마구치 아카네, 미야자키 도모카(이상 일본)까지 포진해 있다. 결코 쉬운 조는 아니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흔들림을 딛고 승리를 챙겼다는 점은 분명한 신호다.
완벽하진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시즌의 끝자락에서도 안세영은 여전히 우승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