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토익 850점, 키 180㎝ 원해"…남성들 韓취업 포기하고 떠난 곳

중앙일보

2025.12.17 06:10 2025.12.17 06:1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3일 일본 교토 니시키 시장.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최근 한국인 남성들이 일본에 취업하거나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일본 매체 수에이샤온라인은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고용 현황을 인용하며 "일본에서 정착을 원하는 한국인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2020년 약 6만9000명에서 2024년 약 7만5000명으로 4년 만에 약 8% 증가했다.

매체는 한국의 취업난이 청년들의 일본행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2019년부터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남성 A(34)씨는 한국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낙심했다. A씨는 "서울 특급 호텔 10곳에 지원했으나 한 곳만 합격했다"며 "토익 850점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많았고, 외모를 중시해 남성은 키 180cm가 기준이란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이후 어렵게 취업했으나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때문에 결국 일본 행을 택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일본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기업 문화는 크게 다르다고 한다. A씨는 "급여는 비슷한데 일본은 사생활이 지켜지고, 퇴근 후나 휴일에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며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다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또 다른 한국인 청년 B씨도 "한국에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이 극도로 어렵다"며 "대기업 쏠림과 직무 진입 장벽이 높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한국 남성들 사이에선 일본 여성과 결혼을 선호하는 흐름도 퍼지고 있다고 짚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국제결혼은 1176쌍으로, 전년보다 40% 증가한 추세다. 2015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B씨는 "일본 취업 희망자의 절반가량은 일본인 연인이 있다는 점을 취업 이유로 든다"고 했다. B씨에 따르면 외국어 교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이 늘고 있으며, 일본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적인 부분이 한국 남성들의 마음을 끄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례에 등장한 A씨 역시 일본어 교류 앱을 통해 만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에게 요구되는 주거·경제적 부담이 컸지만, 일본은 결혼 조건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차이점을 들었다.

끝으로 매체는 "외국인과의 공존이 화두가 된 일본 사회에서 한국 청년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