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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대신 아이 보는 아빠, 처음으로 6만명 넘었다

중앙일보

2025.12.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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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딸이 태어난 A 공공기관 팀장 박모(40)씨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아내도 5월부터 육아휴직 중이었다.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부담이 있었지만, 신생아 시기에 부부가 함께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직장 내에서도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박씨와 같은 아빠였다. 처음으로 6만 명을 넘어섰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20만6226명으로 전년보다 4%(8008명) 늘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 부모 가운데 해당 연도에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을 집계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6만117명으로 전년보다 18.3%(9302명) 증가했다. 6만 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휴직자의 비중도 29.2%로 전년보다 3.5%포인트 늘었다.

여성 육아휴직자는 14만6109명으로 전년보다 0.9%(1294명) 감소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아빠 육아휴직이 일부 엄마의 휴직을 대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증가 배경으로는 제도 개선 효과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면 첫 3개월간 통상임금 100%를 주던 ‘3+3 부모육아휴직제’를 ‘6+6 부모육아휴직제’로 개편했다.

대상 자녀도 생후 12개월 이내에서 생후 18개월 이내로 확대하고, 급여 상한도 월 최대 200만~300만원에서 200만~450만원으로 높였다.

다만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의 67.9%, 여성 휴직자의 57.7%가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300명 이상 기업은 38.7%인데, 50~299명(34.3%), 5~49명(32.6%) 등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낮아졌다. 민간기업보다 공공부문에서 사용률이 높은 흐름도 이어졌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육아휴직 사용자 증가 등 양적 지표는 개선됐지만, 대기업, 금융 등은 더 좋아지고 중소기업이나 제조업 등은 더 나빠지는 등 직장·산업 간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육아휴직에서의 양극화가 확대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 1명(2015년생 이후)만 둔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시점을 살폈더니 엄마는 자녀가 0세일 때가 83.8%로 대부분이었다. 아빠는 6세(18%), 7세(15.4%) 등이 많았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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