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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테러단체로 찍은 트럼프 “마두로, 훔친 석유 내놔”

중앙일보

2025.12.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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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갈등이 고조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작전에 투입된 미 해군 이오지마함.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 기간은 “미국으로부터 훔쳐간 모든 석유, 토지, 자산을 반환할 때까지”라고 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액의 72.4%에 달하는 원유 수출을 막아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권은 미국 자산을 훔친 행위와 테러리즘, 마약 밀수, 인신매매 등 많은 이유로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며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모든 재제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남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함대에 완전히 포위돼 있다”며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몇 달 간 군을 직접 동원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격침하고, 유조선을 나포했다. 지난달 29일엔 “베네수엘라의 상공과 주변의 영공 전체를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며 하늘 길을 막고, 이달 15일엔 신종 합성마약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표면적인 갈등 이유는 미국에 대한 마약 밀수출과 함께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석유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외국계 석유회사의 자산을 강제로 수용해 석유 산업을 국유화한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두로 정권 전복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의 핵심이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에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충돌은 카리브해 이웃 국가로 번지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 겸 석유장관은 15일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베네수엘라 석유 절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스스로를 베네수엘라에 맞선 미국 제국의 항공모함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보급품 보충과 병력 교체 등 물류적 목적을 위해 미군이 향후 몇 주간 (우리나라) 공항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외신들은 베네수엘라가 이를 자국 유조선 나포와 연결지은 것으로 해석했다. 베네수엘라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절도 공범’으로 규정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 선전”이라고 부인 중이다.

쿠바도 미국과 베네수엘라 갈등의 잠재적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쿠바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공급원”이라며 “미국의 조치가 이미 석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쿠바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네수엘라와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솟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8일 오전 11시)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우리나라에 대단한 한해였지만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경제·안보 성과와 계획 등을 방송 골든타임을 활용해 직접 설명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태화.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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