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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장중 1480원 무너져…이창용 “안심 못할 수준”

중앙일보

2025.12.17 07:55 2025.12.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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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값이 장중 한때 1480원 선까지 떨어지며 8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외화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7일 장중 한때 1480원 선까지 하락했다(환율은 상승).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와 양극화 측면에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기준 1479.8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82.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여파가 컸던 4월 9일(장중 1487.6원, 종가 1484.1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김경진 기자
이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 설명회에서 원화값 급락을 두고 “‘K성장’으로 불리는 반도체·조선 등 수출업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건설·내수·자영업 부문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짚었다. 원화값 하락이 그 격차를 크게 벌려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소비자에게 와닿는 수입 먹거리 물가가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바나나는 이날 100g당 345원으로 작년보다 약 20% 뛰었고, 파인애플은 개당 7918원으로 26.9%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산 갈비살(냉장)은 이달 평균 가격이 4965원으로 1년 전보다 17%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할당관세 종료와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산업도 원저(低)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항공사의 경우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체류비 등 주요 고정비용을 달러로 결제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정유업계는 파생상품 거래 등을 활용해 환율 변동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 수입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수입 산지 다각화로 가격 부담을 낮추려 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다만 환율이 현재 1470원 안팎에서 유지될 경우, 물가 상승률은 약 0.2%포인트 더해져 2.3%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평균적으로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물가가 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1%대 신호가 나오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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