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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기록 남지 않게 해"…쿠팡 김범석, 과로사 은폐 지시 의혹

중앙일보

2025.12.17 09:00 2025.12.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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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 의장. 중앙포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한국 대표였던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가 숨진 사건 관련해 직접 축소·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SBS는 17일 장씨가 사망한 이후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고인은 쿠팡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이어가다가 2020년 10월 12일 칠곡물류센터에서 퇴근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메신저에서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물 마시기, 대기 중, 빈 카트 옮기는 것, 화장실 등의 단어를 말했고, 사내 영상 등을 관리하는 정보보호책임자는 내용을 받아 적었다며 영상을 재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이어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장씨가 일하지 않은 영상과 시간을 확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또 "시간제 노동자는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닌데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내일 아침 국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질책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26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가 열렸고, 쿠팡 측은 유족들의 과로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민사 소송까지 거치며 쿠팡으로부터 4년여 만에 과로사를 인정받은 유족은 이제야 쿠팡 측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SBS는 전했다.

SBS는 "쿠팡 내부 자료에 장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을 가고 음료수를 마신 시간까지 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었다"며 "김 대표가 사용한 '물 마시기', '대기 중' 등 영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 정리한 엑셀 파일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쿠팡 측은 SBS에 "해임된 전 임원(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한 것"이라며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무효 법정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했다"고 밝혔다.



김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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