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 아들 법원 출두…유무죄 언급 안해
기소인부절차 연기…변호사 "참혹한 비극, 성급한 판단은 자제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던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를 살해한 용의자로 아들 닉 라이너(32)가 지목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그가 사건 이후 처음으로 17일(현지시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급 살인 혐의 2건으로 기소된 닉은 이날 오전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출두했다.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자살 방지용 교도소 가운을 입은 그는 유죄 여부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
변호인의 요청으로 기소 인부 절차는 내년 1월 7일로 연기됐다.
닉은 이 날짜에 동의하며 "네, 재판장님"이라고만 답했다.
이날 심리가 끝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변호사 앨런 잭슨은 이 사건을 "라이너 가족에게 닥친 참혹한 비극"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닉에 대한 사법 절차가 "성급한 판단이나 결론 도출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지방검사장 네이선 호크먼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라이너 감독 부부에 대해 "이들을 잃은 것은 비극 그 이상이며, 우리는 살인범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크먼 검사장은 닉에 대해 사형 구형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가석방 가능성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6년 이후로 사형이 집행된 사례가 없다.
닉은 지난 14일 이른 아침 LA 고급 주택가인 브렌트우드 지역의 자택에서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일 오후 범행 현장으로부터 약 22.5km 떨어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인근 공원에서 체포됐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닉은 사건 전날인 13일 밤 부모와 함께, 유명 코미디언이자 TV쇼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의 집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으며, 당시 거친 언행으로 부모와 심한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닉은 헤로인 등 마약 중독으로 15세 때부터 재활센터를 드나들었으며 22세 때인 2015년에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집필해 부친인 라이너 감독의 연출로 함께 개봉하기도 했다.
닉은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장기 동안 아버지와 "유대감을 많이 형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탠 바이 미', '미저리', '어 퓨 굿맨', '대통령의 연인'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든 명감독이다.
그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인사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자주 열기도 했다.
빌리 크리스털, 앨버트 브룩스, 마틴 쇼트, 래리 데이비드 등 라이너 감독 부부와 가장 가까웠던 몇몇 배우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은 역동적이고 이타적이며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며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