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경찰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참관 절차 등이 140분가량 지연돼 경찰이 ‘늦장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다. 통상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피의자가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국회만 성역이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찰은 전 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에 오전 9시쯤 도착했다. 하지만 절차상의 이유로 압수 수색 영장 집행은 11시20분쯤 시작됐다. 이 시간 동안 의원실 내부에선 문서 파쇄기가 작동되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이에 국회 안팎에서는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것 아니냐”(야권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압수수색은 관례상 국회의장 등에게 먼저 알리는 등 참관 절차가 필요하다”며 “의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서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8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 의원의 자택을 주말(9일)에 압수수색 했지만, 의원회관 사무실은 국회 통지 등 절차를 거쳐 이틀 뒤인 월요일(11일)에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취재진이 의원실 앞 분리수거 함에서 다른 피의자인 차모 보좌관의 이름과 비밀번호 등이 적힌 수첩이 버려진 것을 우연히 발견해 경찰 관계자가 이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국가정보원이 2013년 8월 28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던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전, 일부 보좌진이 미리 알고 사무실 문을 잠근 채 일부 서류를 파쇄기에 넣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처럼 국회에서 신속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회사무처에서 “수사 기관은 압수수색 전 의장·사무총장에게 사전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거는 형사소송법(제123조 제1항)의 ‘공무소 압수수색 영장 집행시 책임자 참여를 통지 해야한다’는 규정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의장·사무총장을 통해 해당 의원 및 의원실에 사전 통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두고 유독 국회에만 특권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 영장 집행 시 15~30분 정도만 기다릴 뿐 바로 집행에 들어간다”며 “반대로 국회는 성역처럼 압수수색을 하기 전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구조가 고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여권은 압수수색을 하기 전 판사가 사건 관련자들을 심문하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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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상 '통지', 승인 아닌 알림의 뜻으로 해석해야"
전문가들은 수사 기관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책임자 참여 통지’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통지’를 국회의장 혹은 사무처의 사전 승인이 아닌, ‘기별을 보내어 알게 한다’는 단어 뜻 그대로 봐야 한다”(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지다. 2023년 1월 13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금품수수 혐의를 받던 임종성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지 없이 실시했는데, 사무처는 “국회를 방문하는 경우, 관련 부서에 반드시 사전에 통지하고
‘협의’할 것을 바란다”며 반발했다. 이 교수는
“해당 조항의 취지는 협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통지 후 참여 기회를 주라는 것”이라며 “요즘 수사 기관이 법 조항을 느슨하게 해석해 오해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안에 따라 국회에도 집행 일시·장소 등을 통지하지 않고도 압수수색 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형사소송법학회 관계자)는 주장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도 “압수수색엔 예외가 없다는 취지가 형사소송법에 충분히 담겨 있다”며 “특히 비리에 대한 수사의 경우,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말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