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수정하기로 하자 17일 여권 안팎에서 ‘무용론’이 빗발쳤다.
내란재판부를 강하게 밀어붙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의 추미애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사위가 위헌 소지를 없앴음에도 조희대(대법원장)의 진두지휘 아래에 있는 법원이 막무가내 위헌하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썼다. 법사위가 지난 3일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법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도, 지난 1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외부 인사를 뺀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법안을 수정키로 한 걸 비판한 것이다. 추 위원장은 “법원장회의를 소집해 국민을 상대로 싸우자는 조희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사법 정의 회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어둡다”고 적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친여 유튜브 ‘매불쇼’에 나가 “(내란재판부법 수정안이) 다들 답답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거냐는 생각이 든다”며 “내란재판부로 조희대 관여를 제한하는 ‘플랜A’가 보류 상태이니 법 왜곡죄를 만드는 ‘플랜B’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내란재판부가 마음에 드는 판결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양심을 져버린 판결에 대해 판사를 처벌할 수 있게 만들어 놓자”고 강조하면서다. 그러면서 “법 왜곡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내란재판부법과 세트로 처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됐던 법안들이지만 또다시 강행 처리를 주장한 것이다.
친여 진영의 반발은 더 노골적이었다.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단체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죽 쒀서 개 줄 셈인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 철회하라’는 제목으로 항의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정안을 “내란 공범인 조희대와 지귀연에게 재판부 구성과 재판 절차를 모두 넘기게 되는 안”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내부에서 추천위를 구성하고 ▶2심 재판부터 적용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결국 ‘도로 조희대 재판부’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김민웅 대표는 “민주당이 오로지 헛깨비 같은, 이른바 ‘위헌 소지’라는 조작된 논란에 휘둘렸다”며 “반민특위 특별재판부 설치를 친일 매국 세력의 허락을 받고 해야 합헌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민심의 바로미터’로 지목하는 딴지일보 게시판도 비슷한 분위기다. 정 대표가 최고위에서 “일부러 위헌 시비 논란을 일으키는 만큼 시비 논란 자체를 없애겠다는 차원”이라고 수정안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게시판에는 “위헌 어그로(도발)에 말려 고작 한다는 짓이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짓”이라는 취지의 글이 종일 올라왔다. “수박(변절자)들 구린 것과 딜(거래)이 됐다”, “잘못되면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걸라”는 글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이런 반발에도 내란재판부법의 위헌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모두 “사후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위헌”(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는 “영장 판사마저 내란 사건을 전담하도록 특별한 구성을 허용하면, 궁극적으로 헌법뿐 아니라 삼권 분립까지 위협하게 된다”며 “앞으로 양당이 툭하면 특별전담재판부, 영장부를 구성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혼란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가 강성 법사위의 질주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헌법이) 완전 무결하지 않는데, 갑자기 헌법 완전 무결성을 숭상하면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법사위는 내란재판부법 처리를 위해 내내 내달렸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는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기 전에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서야 뒤늦게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내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법 수정안 최종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16일 의원총회엔 내란재판부 구성과 관련해 ①추천위 구성 없이 기존 법원 내규를 활용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 ②전국법관회의에서 6인, 각급 판사회의에서 3인을 추천해 추천위를 구성하는 안 ③각급 판사회의가 전권을 갖고 추천위를 짜는 안 등 세 가지 안이 보고됐다고 한다. 현재로선 친여 성향 법관을 활용할 수 있는 2안으로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김용민 의원은 “전국법관회의는 법원 내규에도 없는 조직”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대법원규칙(제3084호)에 명시된 전국법관회의 초대 의장은 2018년 당시 서울 북부지법 부장판사였던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