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7일(현지시간) 구글(알파벳)의 유튜브와 다년간의 중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유튜브는 2029년 제101회 오스카 시상식을 시작으로 2033년까지 전 세계 독점 중계권을 갖는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시상식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공로상 시상식인 ‘거버너스 어워즈’ 등 아카데미 관련 행사와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구글 측은 아카데미가 소장하고 있는 5200만점 이상의 영화 관련 자료인 ‘아카데미 컬렉션’을 디지털화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아카데미는 지난 70여년간 미국 지상파 채널을 통해 시상식을 중계했다. 1953년 3월 NBC에서 처음 방송했고, 지난 1976년부터는 ABC가 독점 중계해왔다. ABC는 아카데미에 중계료로 매년 1억 달러(약 1478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카데미가 유튜브에 ABC보다 적은 금액으로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아카데미는 유튜브의 세계적인 영향력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유튜브는 미국프로풋볼(NFL) 선데이 티켓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생중계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데,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최근 주요 시상식들은 TV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전미배우조합(SAG) 시상식인 ‘더 액터 어워즈’는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에서 중계하고 있다. ‘아카데미 오브 컨트리 뮤직 어워즈(ACM 어워즈)’는 그보다 앞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옮겼다.
아카데미도 시청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의 생중계 시청자 수는 2016년 3440만명에서 올해 1970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에는 1040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래미 어워즈, 에미상,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등 미국의 주요 행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광고비를 자랑한다. NYT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전통을 중시하는 기관인 아카데미가 유튜브를 배급 파트너로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