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회장 윤인구)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대의 얼굴들-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제헌의원 44명의 사진과 편지, 증언을 모아 엮은 책에는 후손들이 지켜본 선대의 기억이 입체적으로 담겼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1일 개원했다. 제헌의원 209명은 임기 2년 동안 ‘대한민국’을 국호로 정하고 국가 운영 체제인 헌법을 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출판기념회 축사를 통해 “헌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근본을 만들었다는 말과 다름 없다”며 “숭고한 유산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은 9차례 개정됐지만 제1조(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바뀌지 않았다. 제헌은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낸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윤치영 제헌의원의 손자이자 윤보선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윤인구 회장(KBS 아나운서)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Q : 책을 펴낸 계기는.
A : “세월이 많이 흘러 아들 세대도 연로했고, 이제는 증손, 고손 세대로 내려왔다. 추억을 갖고 있는 후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선대의 마지막 기억을 기록하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6월부터 준비해 발간했다.”
Q :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A :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싶었다. 정치·역사적인 부분을 넘어 제헌의원들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기록이 됐으면 한다. 또 6·25 전쟁을 계기로 제헌의원 52명은 납북 됐고 9명은 총살 당했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 응어리진 후손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의미도 있다.”
Q : 윤치영 선생은 어떤 분이셨나.
A : “늘 세대를 뛰어넘어 젊은 사람들과 토론하는 걸 즐기셨던 분이었다. 어렸을 적 ‘커서 정치할 거에요.’ 하니 할아버지는 ‘정치는 깡패들이나 하는 것이야’라고 만류하셨다. 다 커서 보니 힘든 환경 속에서 정치를 하셨고 그런 어려운 일은 손자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씀이었구나 깨달았다.”
Q : 헌법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A :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어린 아이들조차도 헌법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다. 헌법은 공기(空氣) 같은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 주목을 많이 못 받지만, 우리 사회가 헌법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Q : 헌법 정신은 무엇인가.
A : “특별한 정의 대신 제헌의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정성껏 차려준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같은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헌헌법이 없었다면 여러 차례의 헌정 위기 속에서 건재했을까,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을 누릴 수 있었을까 항상 생각한다.”
Q : 앞으로 활동 계획은
A : “서적 출판 이후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통해 조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컨텐트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