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연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 질타하자 여권에선 “이학재 사퇴론”이 분출했다. 대통령실은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이 있다”며 이 사장을 직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에서 ‘알 박기’ 한 인사들이 제 눈에 보일 때도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때로는 거꾸로 칭찬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오히려 역이용하시는 분들이 간혹 나타난다”며 “정치적 자양분이나 입지를 쌓기 위해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싶은 분이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될 때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인사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 대통령에게 공개 질타를 당한 후 반박한 이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어준씨가 “인천공항공사 사장 같은 분이 말씀하신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자 강 대변인은 “평범한 공직자는 대부분 (반박하지 않고) 해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 실시간 생중계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두고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 CCTV를 달았다”며 “(생중계는)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직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에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장의 반복되는 대통령 발언 왜곡과 책임 회피는 행정 조직의 기본 원칙과 공직기강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또 정 의원은 “더 이상 무능한 버티기로 시간을 끌지 말고, 대통령 발언 왜곡과 업무 파악 부족의 무능력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책임질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인천공항의 위상과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공항 전 직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책임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사무장 출신인 박창진 민주당 선임 부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사장이 ‘달러 반출 단속 업무’에 “공사의 법적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변인은 “책임 회피를 넘어, 공항 운영 구조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결여돼 있음을 자인한 말”이라며 “전문성도, 사후 학습 노력도 없는 상태에서 연봉 3억원의 공기업 수장이 된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권의 이 사장 사퇴 주장에 야권에선 “코미디”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정일영이라는 민주당 의원은 쌍방울이 이재명(대통령) 방북 비용을 북한에 주기 위해 책 속에 숨겨 달러를 밀반출할 때, 공항공사 사장이었다”며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지금 총출동해서 이학재 사장을 내쫓으려 하는데, 쌍방울 외화 반출 당시 사장까지 나서는 것을 보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