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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깜짝 실적"…마이크론, HBM 완판 앞세워 분기 최대 실적

중앙일보

2025.12.1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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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론 본사. AFP=연합뉴스
메모리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또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메모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4개 분기 연속 ‘깜짝 실적’을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이 136억4300만 달러(약 20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2% 증가한 61억3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로 집계됐다.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부터 현재까지 분기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월가 전망치를 웃돌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에 여러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웠다”며 “회사 전체 매출, D램과 낸드 매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매출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향후 실적에서도 자신감도 내비쳤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월가 예상치 142억 달러를 넘어서는 약 187억 달러로 제시했다. 메흐로트라 CEO는 “HBM4를 포함해 2026년 한 해 동안 공급할 전체 HBM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HBM 총 시장이 2025년 약 350억 달러에서 2028년 약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40%로, 1000억 달러 달성 시점을 기존 전망보다 2년 앞당겼다.

공격적인 투자 확대 방침도 내놨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메모리 수퍼사이클 국면에서 HBM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생산설비 투자 등 자본 지출을 늘리는 모양새다. 이날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CAPEX)을 기존 예상치인 180억 달러에서 약 200억 달러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추가 투자분은 HBM 공급 능력 확대와 1감마(γ·6세대 10나노급) 공정 D램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의 1γ 공정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1c D램에 대응하는 기술로, 현재 삼성전자가 1c D램으로 HBM4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하는 마이크론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제 시장의 시선은 메모리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쏠리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45∼50% 상승하고,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50∼5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선택에 따라 메모리 3사 간 내년 실적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HBM4 샘플을 제공하며 품질 검증(퀄 테스트)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양산 납품 확정과 공급 물량에 따라 HBM 시장 주도권이 갈릴 전망이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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