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8일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군 지휘관들의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참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나고 구치소로 돌아가 상당히 밤늦게까지 기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의 군사법원 증인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앉았고, 바로 옆 피고인석에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이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을 바라보며 “제가 아는 군 간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오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깝다”며 “그들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방첩사에 대한 대규모 인사 조치와 관련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과거에 군이 쿠데타를 했다고 해서 군을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방첩사는 이번 일에 크게 관여한 것도 없는데, 이를 빌미로 국가안보의 핵심 기관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무도한 야당의 행태와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 준비와 관련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 누구에게도 검토나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직후 “검찰이 생각이 다르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며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질문에는 답했지만, 군검찰과 설전을 벌이며 신문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군검찰의 질문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반발했고, 음주 여부를 묻는 말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다 거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출석한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대통령실과 같은 국방부 경내에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용산을 찾은 것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
윤석열 “자녀 없어 청년들 자녀로 느껴져…청년들 힘내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접견 과정에서 전해 들은 윤 전 대통령의 성탄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그래서 청년 여러분이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옥중의 고난 속에 있지만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보여준 희망을 얻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련과 고난 속에 있을지라도 여러분의 내일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며 “청년 여러분 힘내시라. 여러분은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청년 여러분은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이라며 “여러분의 아름다운 꿈이 이뤄지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