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서울고법, 내란사건 2심 무작위 배당해 몰아 준다…내란전담재판부 추진

중앙일보

2025.12.17 22:24 2025.12.17 23:0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김정연 기자

여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먼저 자체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의 근거가 되는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재판부 구성은 공정성을 이유로 기존 무작위 배당제를 유지키로 했다.



한덕수 사건 가는 곳이 ‘전담재판부’ 되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고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법원은 예규의 주요 내용에 대해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하여, 대상사건만을 전담하여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한다”고 했다. 대법관회의란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사법부 의사결정 기관이다.

재판부 배당 방식은 여타 사건과 마찬가지로 전산 무작위 배당이다. 원칙적으로는 기존 서울고법 형사부 14개와 증부 예정인 형사부가 배당 대상이다. 사건이 등록된 후 이를 배당받은 재판부가 자동으로 전담재판부가 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건이 내년 1월 21일 1심 선고로 내란 재판 중 가장 1심 선고가 이르므로, 한 전 총리 사건을 배당받는 재판부가 전담재판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담재판부가 되면 기존에 갖고 있던 사건은 다른 재판부에 넘기고, 내란·외환 외의 새로운 사건은 받지 않는다. 관련 사건들의 배당 방식은 관계 재판부들이 협의를 거쳐 실시한다. 다만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이라도 시급성 등을 고려해 부득이한 경우 재배당하지 않을 수 있다. 예규에 따르면 내란·외환 등 대상 사건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하며, 법원장은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한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전담재판부가 2개 이상이 될 수도 있다. 2심부터는 군사법원 사건도 서울고법으로 올라오면서 사건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 현직 군인들은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2심은 고등법원에서 심리한다.



“사건배당 무작위성 유지하면서 신속 재판 가능”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서울고법은 지난달 간담회에서부터 내부적으로 곧 2심으로 올라올 예정인 내란 사건들의 항소심 배당의 사무분담을 논의해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12·3 비상계엄 증인들과 기록이 대부분 겹치는 만큼, 재판부가 분산되면 신속한 심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대법원 결정 역시 효율 심리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예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란 재판에 대한 신속 심리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무작위성을 담보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민주당은 재판부를 법무부·헌재·법원 등에서 뽑게 하는 특별재판부를 추진했다가, 위헌 논란에 부딪히자 판사들이 재판부를 추천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법원 안팎에서는 이 또한 판사를 ‘선발’하는 방식이며, 법원의 자발적인 사무분담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있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적 중요사건 재판의 신속, 공정한 진행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우려에 대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의 예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예규를 통해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의 절차 지연 없이, 종전부터 적용되어 오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의 무작위성, 임의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신속, 공정한 재판 진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월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가 열렸고, 내란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나 입법부의 걱정, 사법불신 등이 논의됐고, 직후에 서울고법에서 ‘집중심리재판부’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원행정처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서울고법에서 예규로 정립하면 좋겠다는 건의를 받아 예규안을 완성했다”고 했다.

다만 만일 예규와 충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법률에 따라야 한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법률이 상위 규정”이라며 “법원이 입법만 기다리면서 공정성 우려, 위헌성 우려 등만 제기하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다는 내부적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