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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김문수 '러브샷'에, 이준석 "충격"…판커진 보수 패권전쟁

중앙일보

2025.12.18 01:03 2025.12.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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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왼쪽)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전·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 참석한 모습. 한 전 대표 인스타그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게시판 의혹’을 둘러싸고 보수 진영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충돌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주류와 친한동훈계가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끼어들며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8일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다른 사람(김 전 최고위원)을 이렇게 (징계)해서 당을 우습게 만들지 마라”며 “저를 찍어 누르고 싶으면 그냥 하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호선)가 이틀 전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며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권고한 걸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의혹도 조사 중인 만큼 주변 사람이 아닌 자신을 직접 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자 이호선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만약 훔쳐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면 도둑질은 ‘들키면 본전’인 도박이 된다”며 “불의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썼다. 상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위원장은 사흘 전엔 “소가 사람을 들이받아 죽인다면, 소는 돌로 쳐 죽이고 임자도 죽일 것”라고 썼다.

주류에선 당무감사위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찍어내시라” 발언을 담은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대통령이 공격한다고 해서 당 대표라는 사람 본인 또는 그 가족이 비겁하게 익명성 뒤에 숨어 당원 게시판에서 반격하는 일도 정상은 아니지요”라고 적었다. 장동혁 대표도 전날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며 한 전 대표를 사실상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문수 전 장관과 이준석 대표가 전장에 뛰어들며 전선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밤 전·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등의 모임인 ‘이오회’에 참석해 한 전 대표와 ‘러브샷’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보배를 누가 자르려고 하느냐”며 한 전 대표 징계 시도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친한계 참석자는 “한 전 대표는 회색지대에 있는 당 인사를 두루두루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에 우호적인 조갑제씨는 “김문수 세력과 한동훈 세력이 만나면 장동혁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대선 경선 당시 후보를 놓고 경쟁한 사이였지만, 전당대회 때 김 전 장관이 장 대표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자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며 김 전 장관을 ‘차악’에 비유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제66주년 창립기념식에서 허명(오른쪽) 협회장, 배현진(왼쪽) 국민의힘 의원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장관의 개입은 이준석 대표의 적극 개입을 불렀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한동훈-김문수 연대는 정말 충격적”이라며 “한 전 대표가 너무 세력이 궁해진 나머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극한 대립했던 김문수 후보와 연대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가) 부정 선거론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입장 등도 같이 품어 안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는 ‘한동훈’이란 이름을 가진 당원이 이 대표를 공격하며 국민의힘 게시판에 쓴 글을 정리한 표를 게시한 뒤 “제발 동명이인이길 바란다. 그게 아니면 너무 찌질하지 않냐”며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야 되는데 못하겠지요”라고 꼬집었다. 지난 16일엔 “당원 여론을 조작했다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이미 정치적 구원이 쌓여 있는 관계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자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은 민주당 계열 정당”이라고 했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합당 철회를 두고는 “국고보조금 때문에 위장 결혼을 했다”거나 ”보조금 사기가 적발됐으면 토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수 진영의 빅샷 중 거의 유일하게 말을 아끼고 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는 박빙이고,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당 내홍에 뛰어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에선 이러한 충돌을 두고 “지방선거가 가까워지자 헤게모니 싸움이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국민의힘 중진 의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선거 연대, 한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비주류의 활동 공간 확대 여부 등 지방선거가 정치적 분수령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의 주도권 다툼은 연말을 지나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 및 윤리위원장 인선, 통일교 게이트 특검 등 국민의힘과 개혁신당간 야권 연대 추이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주도권 싸움이 과열될 경우 대여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통일교 게이트 의혹까지 터지며 야권 입장에선 호재가 쌓이고 있는데, 진영 내부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면 대여 공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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