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①=32강전 추첨은 희비가 엇갈린다. 바둑 기사는 다들 포커페이스라 표정이 없고 추첨장도 조용하다. 그래도 첫판에 신진서 9단과 만나게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삼성화재배 신진서의 첫 상대는 중국 랭킹 9위 리친청 9단. 리친청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최고의 속기파라는 것. 초읽기에 몰리는 일은 아예 없다고 한다.
신진서가 흑이다. 4개의 화점에 이어 흑이 좌하 삼삼에 들어갔고 연속 날일자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백7은 강렬한 수. AI도 긍정적이다.
◆실전 진행=실전을 먼저 본다. 흑1은 절대의 한 수고 백2의 붙임도 예상되는 공격 방향. 흑3, 5는 선수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신진서는 흑7에 두었다. 처음 보는 수다. 보통은 밀거나 날일자로 두는데 왜 이렇게 두었을까. 혹시나 해서 AI를 보니 놀랍게도 이 수가 블루 스폿이다.
◆AI의 변화=흑1로 밀면 백2로 막은 뒤 4로 끊는다. 백이 좌변을 내주고 상변을 취하는 건 실전과 같다. 하나 이 그림은 실전보다 백이 좋다. 백은 A가 선수다. B의 맛을 노리기 위해 아껴두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