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176명 등 총 219명의 승진자를 포함한 2025년 연말 임원인사를 18일 발표했다.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239명)보다 20명 줄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조직의 체질 개선’과 ‘인적 쇄신’을 꼽았다. 미래 사업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동력 확보 차원이란 설명이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책임지는 현대차 연구개발(R&D)본부장에는 만프레드 하러 R&D 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하러 사장은 포르쉐와 애플 등을 거쳐 2024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맡은 곳은 하드웨어 중심인 R&D조직이지만, 모든 부문과 협업해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책임을 맡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신임 첨단차(AVP)본부장은 공석으로 남았다. AVP본부장은 미래차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 총괄로 R&D본부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조직의 양대 수장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내부 논의 중으로, 이른 시일 내 후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AVP본부는 SDV 개발 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AI 등을 고도화해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서 정준철 현대차 제조부문장 겸 제조솔루션본부장(부사장·전무)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임명됐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을 가속화하고,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신임 사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생산체계와 로보틱스 등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 국내생산담당에는 제조기술 엔지니어링 전문가인 최영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중심의 공장으로 조직을 재편하며 현대차그룹의 마더팩토리인 국내 공장의 위상과 기술력을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등 악재에도 북미 시장에서 시장경쟁력을 높인 기아에서는 윤승규 북미권역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본사 미주실장,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을 거쳤는데, 북미권역 소매 판매가 전년대비 8% 넘게 증가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기아 북미권역본부는 부사장급 조직이었으나, 이번 인사에서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됐다.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등 현지화 정책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 사장에는 이보룡 생산본부장이 사장 승진·임명됐다. 30년 이상의 철강업계 경험으로 기술 전문성과 철강사업 총괄운영 경험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 규모를 줄이고, 40대 비율을 높이는 등 조직 재정비와 세대교체에 중점을 뒀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은 40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상무 신규 선임 대상자 중 40대 비율은 지난 2020년 24% 수준에서 올해 50%에 근접했다. 1980년대생 상무로는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만 42세) 등 12명이 신규 선임됐다. 또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 가까이가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임명됐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은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