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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포드 나비효과’…ESS 급해진 K배터리

중앙일보

2025.12.18 07:02 2025.12.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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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치는 전기차 시장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른 충격파가 한국 배터리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미 완성차 업체 포드가 SK온·LG에너지솔루션 등과 잇달아 관계를 정리하면서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K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포드와 맺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의 28.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향후 북미 사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9% 하락한 3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드는 최근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SK온과의 배터리 생산 합작 관계도 청산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는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에 따른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대규모 감세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미 정부는 지난 9월말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세액공제 혜택을 없앴다. 이에 포드는 주력 대형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크게 수정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프로그램 종료로 전기차 수요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 밝혔다.

문제는 여파가 포드 한 곳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8만4000대로, 전년 동월(14만6000대) 대비 42.4% 급감했다. 감소폭도 지난 10월(-25%)보다 더 커졌다. 또 다른 미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보조금 폐지 직후 전기차 생산 축소로 인해 16억 달러(약 2조4000억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고,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사업 계획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정책을 일부 완화하기로 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캐즘 장기화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사업 전략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SK온이 2026년을 목표로 추진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7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당시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캐즘이 장기화되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전기차에서 ESS로 옮기고 있다. ESS는 전기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체계다. ESS용 배터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속에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 남징과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부터 국내 오창 공장에서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10월 미국 인디애나 공장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했다. SK온도 미국 조지아 공장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국내 서산 공장에서도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주요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ESS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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