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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헌법, 어머니 따뜻한 밥상”

중앙일보

2025.12.18 07:29 2025.12.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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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의원 198명(이후 재보선을 거쳐 총 209명)이 제헌국회에서 제헌헌법을 공포한 이후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다. 해당 사진은 과거 사진을 정밀 재촬영한 후 고해상도로 복원한 버전이다. [사진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회장 윤인구)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대의 얼굴들-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제헌의원 44명의 사진과 편지, 증언을 모아 엮은 책에는 후손들이 지켜본 선대의 기억이 입체적으로 담겼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1일 개원했다. 제헌의원 209명은 임기 2년 동안 ‘대한민국’을 국호로 정하고 국가 운영 체제인 헌법을 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출판기념회 축사를 통해 “헌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근본을 만들었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숭고한 유산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은 9차례 개정됐지만 제1조(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바뀌지 않았다. 제헌은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낸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제헌의원인 윤치영 선생의 손자이자 윤보선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윤인구 회장(KBS 아나운서)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윤인구
윤 회장은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세월이 많이 흘러 아들 세대도 연로했고, 이제는 증손, 고손 세대로 내려왔다. 추억을 가진 후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선대의 마지막 기억을 기록하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6월부터 준비해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역사적인 부분을 넘어 제헌의원들은 이런 사람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싶었다”며 “6·25 전쟁을 계기로 제헌의원 52명은 납북됐고 9명은 총살당했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 응어리진 후손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조부 윤치영 선생에 대해선 “늘 세대를 뛰어넘어 젊은 사람들과 토론하는 걸 즐기셨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회장은 “어렸을 적 ‘커서 정치할 거에요’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정치는 깡패들이나 하는 것이야’라고 만류하셨다”며 “힘든 환경에서 정치한 할아버지가 손자가 어려운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제헌헌법에 대해 “제헌의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정성껏 차려준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같은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제헌헌법이 있었던 덕분에 여러 차례의 헌정 위기 속에서 나라가 건재했고,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을 누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어린아이들도 계엄을 계기로 헌법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헌법은 공기(空氣) 같이 당연한 것이라 평소에는 주목을 많이 못 받지만, 계엄을 통해 우리 사회가 헌법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 제헌 의원을 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트 제작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회장은 1997년 KBS 공채 24기로 입사한 29년차 베테랑 아나운서다. ‘아침마당’ ‘6시 내고향’ 등 KBS 간판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왔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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