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행정 통합’이 내년 6·3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인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다. 이 대통령은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의원 14명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국가를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나눠 육성하겠다는 5극 3특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김대중 정부의 동서 화합,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을 계승하는 역사적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대전·충남 통합을 지방선거에 던진 이 대통령의 승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부산 판세가 안갯속인 상황에서 대전·충남을 이 대통령의 지지를 확인하는 상징적 승부처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날 논의는 ‘통합 시간표’를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자 등록일(내년 5월 14~15일)까지 불과 150일 남짓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주요 쟁점을 질문하고, 참석자들이 의견을 내는 ‘톱 다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 로드맵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한 중진 의원이 “국회에서 내년 3월께 특별법을 의결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대통령실 참석자가 “3월은 늦을 수 있고, 2월에는 법안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1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위원회’(가칭)를 꾸려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충남 지역 의원은 “4월에는 공천을 시작하니 아무리 늦어도 3월 말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2월께 입법이 돼주는 게 좋고, 굉장히 급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민주당 내에서도 대전 의원들과 충남 의원들 사이에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놓고 반대는 못 하겠지만 지선 전망이 밝은 대전 의원들은 행정통합의 정치적 실익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이 향후 충북까지 포함할 수 있는 준비 기구 내지는 특위의 당내 설치를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전·충남 특별시장’이냐, ‘충남·대전 특별시장’이냐부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참석 의원들에게 “대한민국 균형 성장과 재도약의 중심지로서 행정기관 소재지나 명칭 등의 문제도 개방적이고 전향적으로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야당이 특별법 처리에 얼마나 참여할지도 변수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그간 반대했는데 입장을 선회한다면 하루빨리 관련 입법을 통해 결론을 짓자”고 했다. 이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해 11월 두 지역의 행정 통합을 공식 선언한 뒤 공청회 등 잰걸음을 이어 왔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수도권과 부산 등의 선거 전망이 어두워지니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