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일을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들어와도 물리친다”며 “자꾸 힘들다고,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똘똘 뭉쳐야 한다”고 18일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는 “개인적으로 연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선출된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생일 하루 전인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옛 친이계 및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식사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 윤한홍·박정하·김대식·정연욱·서천호·이달희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고 식사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의 생일은 12월 19일로 본인의 결혼기념일, 17대 대통령 당선일과 같다. 그래서 친이계에선 이날을 ‘트리플 크라운 데이’라고 부른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장 대표와 개인적인 연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마음에 안 들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선출된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잘되는 집안은 집안싸움이 있더라도 강도가 들어오면 하나가 돼 물리친다. 강도가 들어오면 강도가 막는 게 먼저”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장 대표 중심의 당 운영에 힘을 실었다”고 평가했고, 친한계 의원은 “최근 당무감사위원회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권고, 당원 게시판 의혹 재점화로 당이 내홍에 휩싸인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년 6·3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다 모아야 한다. 패배 의식을 가지면 안 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출마했던 1996년 서울 종로 총선을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 신인인 내가 이종찬(현 광복회장) 후보를 못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 선거 운동을 주변에서 열심히 안 도왔지만, 사력을 다해서 결국 이겼다”고 말했다. 당시 종로 선거에는 신한국당 후보로 나선 이 전 대통령과 새정치국민회의에서 4선을 지낸 이종찬 후보, 5공 청문회로 스타로 발돋움했던 노무현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섰고, 이 전 대통령은 41.0% 득표율로 이종찬(33.5%), 노무현(17.7%)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한 참석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절망 속에도 희망이 있으니 잘 해보라’고 격려와 덕담을 건네는 자리였다. 경제 사정에 대해 걱정도 드러냈지만, 특정인을 콕 집어 비판하진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