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0.75%로 올라섰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9일(현지시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정책위원 9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새로운 금리는 오는 22일부터 적용된다.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1.0%에서 0.5%로 내려간 이후, ‘0.5%의 벽’을 30년째 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낸 BOJ는 지난해 7월 0.25%, 올해 1월 0.5%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날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날 BOJ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탕엔 임금 상승과 물가상승률 목표(2%)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BOJ는 성명에서 “일본 경제는 일부 약세가 관찰되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지표와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임금과 물가가 함께 완만히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그 영향이 감소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성명을 통해 BOJ는 “기업의 수익은 관세 정책의 영향을 반영해도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년 봄철 임금 교섭(춘투)에서 대해서도 “올해에 이어 임금 인상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값이 달러당 155엔 전후에 정착해, 수입 물가의 상승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에 이어 3.0%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BOJ는 “경제ㆍ물가 개선에 맞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통화 완화의 정도를 조정해 나갈 방침”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결정문에서는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도, BOJ가 제시한 중립금리(경기 부양·억제 효과가 없는 적정 금리) 하한선인 1%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는 BOJ가 이제 중립금리를 더 높게 보고 있으며, 추가적인 긴축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와 정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 부담이 결국 BOJ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내년에) 추가로 1번 정도 더 올려서 상징적으로 1%대 금리를 기록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자리 잡은 ‘엔화 빚투’(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시장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본이 재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11조7000억엔(약 109조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자금은 미국 경기 침체와 일본 인플레이션이 결합해 달러ㆍ엔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될 때 극단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경기 급랭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금리 인상 발표 이후에도 달러당 엔화는 156엔대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금리 인상 변수가 시장에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연 2%까지 올랐다(국채 가격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