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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 박범계·박주민 선고유예…의원직 유지

중앙일보

2025.12.18 23:08 2025.12.1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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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왼쪽)·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2019년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11개월 만이자, 사건이 발생한지 6년 8개월 만에 나온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김정곤)는 19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민주당 의원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표창원 전 의원도 벌금 300만원을 선고 유예받았다. 선고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경미한 경우 2년이 지난 후 면소(형사소송 절차종료)하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게는 벌금 1000만원, 이종걸 전 의원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현역 의원인 박범계·박주민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된다. 재판부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0일 벌금형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정양석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뉴스1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대치하다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 공판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회의 방해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에게 2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검찰에 잘못 찍힌 의원을 선별적으로 기소한 ‘보복 기소’”라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당시 국회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를 살펴보고 폭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며 “이들이 폭행 등에 나서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고의성도 일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폭력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에 해당한다는 민주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방해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의정활동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회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이고, 피고인들은 누구보다 법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폭력을 행사해 스스로의 권위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관련,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관계자들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직접적인 폭력 행위를 하지 않았음이 명백하게 증거 상으로 확인됨에도 선고유예 판결을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해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나경원 등 야당 의원들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나 의원 등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형사소송법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검찰의 항소 포기로 2심에선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야당 의원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처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처분을 할 가능성이 짙다”(검찰 출신 변호사)는 관측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 검찰 기소 이후 5년 11개월 이나 걸린 점을 두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당시 기소된 20대 국회의원들 중 일부만 의원직을 잃고 대부분은 4년 임기를 마쳤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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