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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금융, 피도 눈물도 없어"…"금융 인사, 투서 엄청 들어와"

중앙일보

2025.12.18 23:27 2025.12.19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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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사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주력한다고 비판하며 생산적·포용금융 같은 공적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이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첨단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다. 금융사 내부 인사에 대해서도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며 “부패한 이너서클이 돌아가며 계속 해 먹는다”는 날 선 비난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금융사 영업 행태를 보면 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집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줘 이자를 챙기는 게 주축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은 국가 발권력을 이용해 특권적 지위에서 국가 사무를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익을 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공적 의식이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금융위는 금융 소외·배제 계층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중금리 금융 공급을 크게 늘리고, 연체자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차주를 다시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선 불법 사금융을 찾지 않도록 긴급 소액 대출을 해준다. 성실하게 상환하면 금리·한도 혜택이 있는 정책서민금융을 거쳐 은행권 대출로까지 연계하는 ‘크레딧 빌드업’ 체계를 세운다. 이자율이 현재 연 15.9%인 불법 사금융 예방 대출(100만원 한도)을 다 갚으면, 납부한 이자의 50%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금리는 연 6.3%가 적용되는 셈이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겐 연 5%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후 이자율이 연 4.5%인 정책금융 상품(500만원 한도)을 이용할 수 있고, 성실하게 상환하면 은행권 신용대출인 징검다리론으로 안착할 수 있다.

또 고등학교 졸업자와 취업준비생 등에게 사회 진입 준비 자금(학원비, 창업 준비금 등)을 지원하는 연 4.5% 금리의 대출 상품을 도입한다. 한도는 500만원, 5년 만기로 이 상품에 총 1500억원이 5년 동안 투입된다. 기존 정책금융이 대학생이나 취업자 중심으로 구성돼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또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등에게도 연 4.5% 금리로 생계자금 대출(500만원 한도)을 해준다.

이 대통령은 “금리가 낮아지면 돈도 많고 담보력도 크고 신용도도 높은 사람이 금융을 활용해 돈을 더 벌고 자산 격차가 더 커진다”며 “이 같은 일종의 자연현상을 교정하는 힘은 결국 정책과 정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가조작 패가망신 확실히 보여줘…원천봉쇄 해야”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장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사건 1호'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주가 조작 근절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번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만 되면 60% 정도밖에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은 시장 투명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현재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세운 주가 조작 근절 대응단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두 팀을 더 만들어 팀별로 경쟁도 시키고 탈탈 털어서 아예 꿈도 못 꾸게 하도록 초기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가만두니 부패한 이너서클 생겨”

금융지주 지배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관련 보고를 듣던 이 대통령은 “요새 (금융사 수장 선발 관련)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며 배석한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안 들어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단순히 경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음해가 아니라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측면이 있다”며 “똑같은 집단이 부패한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 먹더라”고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찬진 금감원장도 “특히 금융지주 같은 경우가 문제"라며 “회장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에 대해서는 개별 산하 금융기관들에 검사 착수를 준비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업계에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내 패거리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투서를 언급하는 건 역으로 인사 개입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의 1차 투자처도 공개됐다. 금융위는 1차 메가프로젝트 후보군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분야에서 산업과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7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 컴퓨팅 센터, 전남 해상풍력, 울산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공장, 평택 파운드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인프라 등이 포함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계가 협력해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이뤄내고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게 국민 참여형 펀드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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