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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금리 30년만 최고 수준에도…추가 인상 시사한 우에다 총재

중앙일보

2025.12.19 00:49 2025.12.1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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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금리 있는 시대’로의 변화에 속도를 높였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기준 금리가 0.75%로 올라선 건 1995년 이래 30년만의 일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을 해도 “실질 금리는 매우 낮다”며 “경제, 금융환경, 물가 반응을 잘 지켜보고 (추가 금리 인상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지지통신 AFP=연합뉴스
새 기준금리 적용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지만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채권 시장에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6년만의 최고 수준인 2.01%로 올라섰다(국채 가격 하락). 다만 시장 예상대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156엔대를 기록하며 큰 폭의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에다 총재는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타이밍이 늦어지면 나중에 매우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재촉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이 완만한 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얘기다.

우에다호(號)가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오랜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잃어버린 30년’ 탈피를 위해 일본은 그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거치며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돈 풀기(금융 완화)를 실시했다. 일본은행 역시 이 기조에 맞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쳐오다 지난해 3월 17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선언했다.

금리 있는 시대로의 진입을 시작한 우에다 총재는 같은 해 7월엔 기준금리를 0.25%로, 올 1월에는 0.5% 수준으로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 역시 이 같은 기조에 따른 것으로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처음으로 정책 금리가 0.75%를 기록하게 되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간 요원했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탈피’ 선언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우에다 총재 생각의 근거엔 높은 임금 인상률이 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집계한 올해 임금인상률은 5.25%로 1991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는 “기업의 대응 방침이나 일본은행의 본·지점을 통한 히어링(청취) 정보에 따르면 계속해 뚜렷한 임금 인상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관세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영향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엔저에 따른 고물가 역시 금리를 올리는 배경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값이 달러당 155엔 전후에 정착해, 수입 물가의 상승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에 이어 3.0%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은행 이날 성명서에서 일본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거론하며 물가상승 목표(2%) 달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 우에다 총재는 “임금과 물가가 함께 완만히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 성명과 우에다 총재 발언 모두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경제 지표에 기반한 점진적인 긴축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강화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와 정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 부담이 결국 일본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내년에) 추가로 1번 정도 더 올려서 상징적으로 1%대 금리를 기록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자리 잡은 ‘엔화 빚 투’(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으로 시장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이 재정 확장 정책을 펼치면 엔화 가치 하락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자금은 미국 경기 침체와 일본 인플레이션이 결합해 달러·엔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될 때 극단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경기 급랭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예.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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