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젤렌스키에 "우크라 지원 감사 제대로 못받아"
젤렌스키 "폴란드에 드론 대처 도울 것"…양국, 안보 협력 다짐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민족주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면전에서 폴란드의 전쟁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바르샤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폴란드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노력과 다각적인 지원에 대해 제대로 감사 인사를 받거나 인정받지 못했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내용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단호하고, 솔직하며, 매우 우호적이고 예의 바른 대화에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우크라이나는 항상 폴란드에 감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양국 정상의 이같은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 2월 '외교 참사'로 끝난 미·우크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지원에 감사할 줄 모른다고 몰아붙인 일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AFP는 논평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로 꼽힌다. 폴란드는 전쟁에 필요한 무기 지원은 물론,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도 100만명 넘게 자국에 수용했다.
하지만, 4년을 거의 꽉 채워가는 전쟁에 피로감이 커지며 최근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반감과 자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매우 큰 인적 대가를 치르면서 러시아에 맞서 "유럽을 방어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양국의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는 분열을 원하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여러 세대를 걸쳐 구축한 강력한 연대를 파괴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이 목적을 이루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가 드론 방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폴란드를 비롯한 우리 이웃 나라들을 겨눌 수 있는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러시아 드론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법을 안다"며 우크라이나가 드론 방어와 관련해 폴란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한 해상 안보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가능하다며 자국의 방위 제조 역량 참관차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달라고 나브로츠키 대통령을 초청했다. 폴란드 영공에 지난 9월 러시아 드론이 20차례가량 침범한 것을 비롯해 최근 북유럽과 동유럽에 러시아발로 추정되는 드론이 잇따라 출몰하며 드론 방어 기술 개발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 국가들 사이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안보 분야에 있어 양국의 단결을 보여주는 것으로 러시아에 나쁜 소식이라고 화답하며,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서 드론 대처 기술을 전수받는 대신에 퇴역하는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군은 1980년대부터 옛 소련에서 도입한 미그기를 미국산 F-35와 한국산 FA-50으로 교체 중이다.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극우 세력이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폴란드인 10만명을 집단 학살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이를 인정하고 유해 발굴에 나서라고 촉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전날인 18일 유해 발굴에 속도를 내라는 폴란드 측의 요구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의 과거사 앙금을 해소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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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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