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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 영토 논의 준비 안 돼…공은 상대 코트에"(종합)

연합뉴스

2025.12.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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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30분 걸친 기자회견…"러, 연내 영토 더 장악" EU 러 동결자산 활용 계획에 "절도 아닌 강도" 비판
푸틴 "우크라, 영토 논의 준비 안 돼…공은 상대 코트에"(종합)
4시간 30분 걸친 기자회견…"러, 연내 영토 더 장악"
EU 러 동결자산 활용 계획에 "절도 아닌 강도" 비판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아직 영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분쟁의 시작과 종결에 대한 책임을 모두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행사 '올해의 결과'에서 우크라이나가 아직 영토 양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4시간 27분간 이어진 회견의 첫 주제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며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준비를 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평화적 수단으로 분쟁을 종식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자신이 제시한 원칙을 기반으로 평화롭게 갈등을 끝낼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철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여전히 이 조건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건이지만 러시아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요소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현재 미국이 중재하는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는 특정 신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황에 대해 "러시아군이 전체 전선을 따라 전진하고 있고 적은 모든 방향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을 발판으로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진군할 수 있게 됐다면서 "러시아군은 연말까지 추가적인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쟁을 끝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지난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타협안을 제시했고, 자신은 그 제안에 사실상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타협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은 전적으로, 완전히 우크라이나와 유럽 후원자들의 코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내년 전쟁으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미국 NBC 방송 기자의 질문에 그는 "생명 손실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014년 우크라이나 쿠데타 이후 전쟁이 시작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러시아는 내년에 어떠한 군사 분쟁 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다"며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쿠피안스크 도시 표지판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나는 모른다. 그를 '팔로우'(follow)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는 배우, 재능 있는 배우다. 조금도 비꼬지 않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표지판이 쿠피안스크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다며 "왜 문턱 앞에 서 있나? 우크라이나가 쿠피안스크를 통제한다면 안으로 들어오라"라고 조롱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를 경우 선거일에는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준비가 됐지만, 선거가 단순히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용도로 이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러시아에 거주하는 500만∼1천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상금 대출로 활용하려 한 유럽연합(EU)의 계획에 대해서는 '절도'가 아닌 '강도'라고 비판하면서 "절도는 몰래 자산을 훔치는 것인데 이 경우 그들은 공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이 계획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을 더욱 격화하려고 해 유감이라면서 "그들에게 더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유로존의 신뢰를 깨트린다. 다른 여러 국가도 금과 통화를 유럽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거짓 주장으로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면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개인적으로 만나봤고 그가 지적이고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그가 '러시아와 전쟁'을 언급한 것에 더욱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존중받는다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새로운 '특별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며, 러시아와 유럽이 힘을 합치면 서로 번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럽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약 80개의 질문에 답한 푸틴 대통령은 출산율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경제 규모가 큰 대부분의 나라가 출산율 감소 문제를 겪는다면서 "일부에서는 상황이 더 극적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0.8%, 한국은 0.7%"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위기 문제 해법으로 "자녀를 갖는 것이 유행과 트렌드가 되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의 기쁨을 이해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방송 BBC에 대해 영상 편집으로 연설 내용을 왜곡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옳았다"고 평가했고,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회견에는 빵집을 운영하는 가족, 13세 소년 기자 등도 질문 기회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소년 기자에게 가끔 호위 차량 없이 모스크바 도로를 운전한다고 말했다. 사랑에 빠졌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성과를 다룰 때는 러시아의 영웅 훈장을 받은 군인이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결혼하고 싶다'는 플래카드로 푸틴 대통령의 주목을 받은 한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뒤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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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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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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